국회의사당·베를린필·티어가르텐 공원 등
일상속 받아들여져… 한국 '님비'와 달라
"역사적 사건 대하는 방식 변화 고민해야"


베를린 '학살된 집시를 위한 기념관'에 추모를 위한 꽃들이 놓여져 있다.
베를린 ‘학살된 집시를 위한 기념관’에 추모를 위한 꽃들이 놓여져 있다. 2024.4.14/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주변에는 또 다른 추모 공간들도 곳곳에 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에서 길을 건너 국회의사당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학살된 집시를 위한 추모 공간'(사진)이,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베를린 필하모닉 건물 옆에는 '안락사 학살 희생자를 위한 기념비'가, 시민들이 조깅을 즐기는 티어가르텐 공원 안에는 '박해받은 동성애자를 위한 기념비'가 있다.

지난 14일 베를린 곳곳에 있는 추모 공간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만큼 웅장한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 아무렇지도 않게 베를린 시민 일상의 공간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지나가다가도 들러 이들의 역사를 마주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곳이다.

독일의 추모문화는 한국과 달리 일상과 붙어 있다. 마치 '님비현상'처럼 추모 공간을 기피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독일은 2차대전 전범국가였지만,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반성하는 '기억 문화'가 가장 발달한 국가가 됐다.

다만, 지금은 관광지로서도 추모 공간으로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되는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도 건립까지 시행착오가 있었다.

우베 노이마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재단 이사는 기념관 건립 15주년 인터뷰에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도 '수치의 기념비'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결국 매년 거의 50만명 이상이 찾는 인기 있는 관광명소가 됐다"며 "이는 우리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젊은이들과 미래 세대가 역사적 사건을 대하는 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과 맞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안할 것이다. 출판물 또는 이벤트를 통해 젊은 세대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말했듯, 추모 공간의 형태가 국한될 필요는 없다. 세대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추모 공간의 의미가 공유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지상준군의 엄마 강지은씨는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추모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청소년들이 와서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청소년일 때 갔으니까 지금 그 나이대 아이들에게 참사 당시 어떤 일이 있었고,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려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미래 세대까지 우리의 참사를 기억할 추모 공간이 어떤 형태일지 고민하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시점이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헛되지 않도록 말이다.

베를린/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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