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여그루 철쭉이 만들어낸 장관
산책길 조성 잘 돼있어 걷기에 좋아
25년간 쉼 없이 철쭉 심어온 군포시 노력
▲편집국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강기정
인사 발령이 났다. 입사한지 올해로 12년째. 시·군 주재 기자 발령은 처음이다. 경기도는 크다. 최북단인 연천군에서 최남단인 안성시까지 150㎞는 떨어져있다. 경인일보를 비롯한 경기도 지역언론사들이 각 시·군마다 전담하는 주재 기자를 보통 1명씩 배치하는 이유다.
30여년 평생을 거의 수원시에서만 살았다. 고백하건대, 다른 도시는 잘 모른다. 낯선 도시를 처음으로 면밀히 들여다본다. 군포시로 매일 출근하게 된 완벽한 외지인이 틈틈이 기록해본다. ‘내가 만난 군포’./편집자 주
언덕은 가팔랐다. 수십 개의 계단을 헉헉대며 오르니 이내 ‘꿈과 희망의 철쭉동산’이 적힌 바위가 보였다. 바위 뒷편엔 광활한 철쭉 동산이 펼쳐져있었다. 군포시를 담당하게 됐다고 하니 누군가 말했다. “운이 좋네요. 지금 안 그래도 철쭉 축제 기간인데. 한 번 꼭 가보세요.”
군포시의 대표 축제인 철쭉 축제는 28일까지 열린다. 그래서 지난 26일 오후에 한 번 가봤다. 철쭉 축제가 열리는 철쭉동산이 수리산역 바로 옆에 있어 지하철을 탈까 고민했지만, 평일 오후라 공영주차장도 비교적 여유있는 편이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주말엔 이곳 일대가 차없는 거리로 변한다.
철쭉동산에 원래부터 철쭉이 흐드러지게 폈던 것은 아니다. 1기 신도시인 산본신도시를 조성한 이후 이곳 언덕이 송전탑이 설치된 채 다소 삭막한 모습으로 덩그라니 남자, 군포시는 고민 끝에 철쭉을 심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 즐길 수 있는 봄꽃이라서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철쭉을 심은 결과, 봄마다 동산은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다. 단연 지역의 랜드마크다. 이곳에서 철쭉 축제를 열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제1회 철쭉 축제를 연 이후 군포시는 철쭉을 지속적으로 심고 공원 전반과 축제 콘텐츠를 정비해왔다. 올해 행사는 10회째를 맞는다.
축제 첫 주말인 지난 20~21엔 만개했던 철쭉이 이날 방문했을 땐 상당수 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곳곳에 핀 분홍, 하얀 꽃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통상 엄청난 규모의 꽃밭을 보면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철쭉 동산도 마찬가지였다. 분홍빛으로 가득차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22만여그루의 철쭉은 장관을 이뤄냈다.
지형이 언덕인 만큼 계단과 오르막길을 올라야만 더 많은 철쭉을 볼 수 있었다. 산책로가 잘 정비돼있어 철쭉이 피지 않는 시기라도 걷기에 좋은 공간이었는데, 산길을 따라 초막골 생태공원까지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평일 오후임에도 산책을 즐기며 꽃구경에 한창이었다. 내친 김에 초막골 생태공원까지 쭉 걸어보니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 인공 폭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군포시는 이번 10번째 철쭉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경기도 지원을 받아 여러 시설 정비에 나섰는데, 대표적인 곳이 인공 폭포다. 인공 암벽을 철거하고 돌을 비정형적으로 쌓아, 마치 실제 폭포와 가까운 모습을 연출했다.
축제인 만큼 동산 아래엔 각종 볼거리와 먹거리로 무장한 판매 부스들이 많았다. 군포시에 양조장을 두고 있는 아트몬스터 브루어리에 특히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전세계 맥주대회에서 각종 상을 휩쓴 곳으로, 유명 맥주들을 맛보기 위한 이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공연도 꾸준히 펼쳐졌다. 가수들의 공연은 물론, 시민 가요제나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연주 공연 등도 다채롭게 진행됐다.
군포시는 작은 도시다. 이렇다 할 특색이 없을 소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색을 입히기 위해 행정 영역에서 오랜 기간 부단히 노력해왔다. 25년간 쉼 없이 철쭉을 심어온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봄철 군포시의 색은 분홍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