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메이저 주류 대회에서 300차례 수상
“상 받은 맥주만 정식 판매” 챔피언의 자부심
11개 제품 직접 마셔보니…‘원픽’은 역시 라거
아트몬스터 맥주를 만난 것은 지난 4월 군포 철쭉축제 때였다. 축제 현장엔 여러 부스가 있었는데 유독 줄이 긴 부스가 있었다. 군포시 유일 수제맥주 브루어리인 아트몬스터였다. 호기심에 계절성 이벤트로 출시한 제품이라는 ‘스프링 브리즈’를 구매했다. 맥주에서 말차 프라푸치노 같은 맛이 난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반신반의했다. 어떻게 맥주에서 그런 맛이 날 수 있지. 의심은 맥주를 마시는 순간 사라졌다. 진짜 말차 프라푸치노 같은 맛이 났으니까. 내가 만난 첫 아트몬스터 맥주였다.
#“괜히 ‘월드챔피언’을 붙일 수 있는 게 아니죠”
아트몬스터 브루어리는 군포시 금정동 공업단지에 있다. 한 눈에 봐도 남다른 벽돌 건물이라 먼 발치에서 봐도 아트몬스터 브루어리임을 알 수 있다. 건물에 들어서면 각종 상장들이 벽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다. 전세계 유명 주류 대회에서 300개 이상의 수상 실적을 거둔 아트몬스터 브루어리 박진호 대표의 발자취 그 자체다.
대기업에서, 월가 금융업계에서 일하던 박진호 대표가 맥주를 만들고,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무렵부터다. 미국 시벨 공과대학과 독일 3대 맥주 양조교육기관인 되멘스 아카데미가 협업해 운영하는 맥주학교에서 한국인 최초로 브루마스터 자격을 취득했고, 독일 양조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는 데 진땀을 뺐다. 동시에 국내 1세대 수제맥주 브루어리를 모두 살피며 우리나라 맥주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기도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냈다. 브루어리를 설립하기 전부터 크고 작은 주류 대회에서 수상을 휩쓰는 등 두각을 나타냈던 박 대표는 2017년에 군포에 브루어리를 만들었다. 다른 수제맥주 브루어리와 달랐던 점은 맥주를 제조하는 시설에 더해, 맥주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음식점도 함께 연 것이다. 손수 만든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오래도록 선보이고 싶어서였다.
이 때문에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브루어리를 설립해야 했다. 군포를 선택한 이유다. 여러 정수장의 물을 살펴본 결과 군포의 물이 맥주를 만드는데 적합하다는 판단도 한몫을 했다.
시작은 비엔나 라거인 ‘청담동며느리’, 헤페바이젠 에일 ‘이태원 프리덤’, 아메리칸 페일에일 ‘수다스폰서’, 다크 라거인 ‘몽크 푸드’ 4가지 제품이었다. 모두 국내·외 유명 주류 대회에서 많게는 25관왕을 차지한 제품들이다. 해당 제품들에 더해 아트몬스터는 연간 10여개의 제품을 선보이는데 수상 실적이 없으면 정식 출시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 이 때문에 정식 라인업에 포함된 모든 맥주들은 모두 전세계 내로라하는 대회에서 메달을 건 이력이 있다. 현재 정식 라인업은 초창기부터 아트몬스터를 지켜온 4개 제품 외에 헤이지 IPA ‘넘사벽’, 스트롱 에일 ‘핵존심’, 필스너 라거 ‘운짱’, 밀맥주 ‘첫사랑의 향기’, 특유의 신 맛을 자랑하는 에일 ‘창세기’. 포터 에일 ‘사랑범벅’, 얼그레이 티 페일에일 ‘금사빠’ 등 7개가 있다.
박 대표는 “수상은 어쨌든 전문가에게 인정받는 것이니 새 맥주를 만들 때부터 그런 목표를 두고 제조하고 있다”며 “괜히 아트몬스터가 ‘월드 챔피언’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말 국내·외 메이저 대회에서 수상으로 품질을 입증한 ‘월드 챔피언’ 맥주들만 선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스프링 브리즈’와 같은 시즈널 제품도 남다르긴 마찬가지다. 이번 봄 메뉴로 출시한 스프링 브리즈는 이미 일본 등에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말차 맥주를 참고했다. 다만 기존 제품 그대로 만드는 게 아닌, 아트몬스터만의 연구와 해석을 더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다. 기존 말차 맥주는 특유의 쓴 맛이 있는데, 이를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말차 프라푸치노와 같은 맛으로 전혀 색다른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아트몬스터 맥주의 가장 큰 특징을 물으니 박 대표는 단번에 “맛있다”고 답했다. “일관되게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이걸 위해 좀 힘들어도 타협하지 않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예를 들면 시트러스한 맛과 향을 내기 위한 오렌지 껍질과 고수를 직수입해와서 양조하는 날 새벽에 간다. 또 멸균 처리를 하지 않아서 효모가 살아있다. 그게 진짜 ‘수제’ 아니겠나. 그러니까 풍부하고 살아있고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가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다.
#아트몬스터 맥주, 직접 마셔봤는데요
아트몬스터는 브루어리에서 제조한 맥주를 판매하는 음식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맥주는 수제맥주 중에서도 단연 프리미엄이고, 함께 판매하는 피자나 치킨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맥주 뿐 아니라 음식도 아트몬스터에서 직접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군포 브루어리 건물 일부는 피자 반죽을 만들고 닭을 염하는 식품 공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을 계속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그래서 맥주는 물론, 음식도 대부분의 공정을 직접 담당한다. 맥주는 정말 최고이고, 음식도 웬만한 프랜차이즈 제품의 품질 이상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동료 기자 6명과 함께 아트몬스터 매장 한 곳에서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했다. 해당 매장은 오래된 건물 2층에 위치해있었는데 좁은 계단을 올라 작은 문을 여니 밖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다소 어두운 가운데 네온사인이 켜져 더욱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브루어리의 벽을 가득 메웠던 300여개의 상장은 매장에서도 어김없이 볼 수 있었다.
총 7명의 기자들이 정식 라인업 맥주 11개를 저마다 주문해 마셔봤다. ‘첫사랑의 향기’에선 시트러스한 향과 맛 사이로 고수 맛이 아주 미세하게 느껴졌다. 전세계에서 아트몬스터만 유일하게 구현한 맛인 ‘사랑범벅’은 흑맥주에서 묵직함 속 초콜릿의 풍미가 가득 느껴졌다. 11개 맥주 중 주문서에 가장 많이 적힌 제품은 ‘운짱’이었다. 운짱은 독일 노블홉을 사용한 필스너 라거인데, 라이트하고 탄산이 적절해 부드럽게 마시기 좋은 맥주다. 한국인들의 ‘라거 사랑’이 이날 주문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 듯 했다. 박 대표가 자신감 있게 말했던 것처럼 피자와 치킨 역시 가성비가 뛰어났다.
아트몬스터는 맥주 ‘핵존심’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힌다. “맛 없는 맥주는 팔지 않는다는 게 아트몬스터의 자부심입니다.” 박 대표도 말한다. “소비자들이 ‘좋은 맥주’를 마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스스로 수제 맥주에선 정말 탑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좋은 맥주를 계속 제공하는 게 저희 목표에요. 정말 좋은 맥주를 활발하게 즐기는 주류 문화가 안착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