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1)]

사건 3분의 1 경인지역에서 발생
출소 후에도 굴레 못벗는 악순환
치료할 수 있는 병원, 전국 2곳뿐
'혐오시설' 취급… 음지에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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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국내 마약 관련 범죄 사례는 한국이 더 이상 마약 청정국가가 아니란 것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하지만 마약중독 치료를 위한 시설은 부족한 실정인 가운데 최근 경기도에 공공마약중독치료센터가 설립돼 마약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마약중독 관련 상담하는 모습. 2024.7.1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가해자도, 피해자도 오로지 '나'인 범죄가 있다. 동시에 한국표준질병의 질병코드로 분류된 범죄다. 질병분류 'T40', 마약 및 정신이상 약에 의한 중독. 쉽게 말해, '마약중독'이다.

지난해 경기도와 인천 지역에 단속된 마약사범 수는 전국을 압도한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를 살펴보면 경인지역 마약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단속 건수는 수원지검으로 4천133건에 달하고 인천지검이 3천48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의정부지검에서 단속한 1천833건을 합하면 경인지역에서만 9천450건에 이른다. 전국 마약사건의 3분의1이 경인지역에서 잡혔다. 숫자로 접하니 마약중독이 일상에 깊숙히 파고들었다는 걸 실감한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의 마약중독은 여전히 범죄일 뿐이다. 범죄로만 취급하니 해결법도 신고 뿐이다. 치료적 관점을 두고 사회의 고민이 없으니, 치료를 위해 부모가 자식을 신고하고, 내가 나를 신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독자도, 가족도, 경찰도, 검사도, 의사도, 단약치료 없는 교도소는 오히려 출소 후 마약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고 만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마약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딱 2곳. 재활센터도 종교단체 등이 운영하는 민간단체 뿐인데, 혐오로 배척당해 음지로 숨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폐쇄된다. 경기도 유일의 재활센터였던 경기다르크도 결국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은 고통뿐이다. 온 가족이 해외를 떠돌다 결국 교도소를 선택했고, 마약중독 자녀를 위해 엄마가 해외논문을 뒤져 치료법을 공부해야 했다. 마약을 다시 찾지 않도록 서로의 손을 꼭 붙잡는 중독자들의 처절한 단약과정은 오로지 민간에만 의존하는 대한민국 마약중독 치료의 현주소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있는 경기도에 전국 최초로 공공마약중독치료센터가 설립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마약중독이 범죄이자 질병임을 인정하는 신호탄이다. 이제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치료하지 못한 마약중독은 전염병이다. '범죄자' '약쟁이' '의지박약'의 프레임에 마약중독을 가둬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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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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