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마약중독자의 끝은 ‘교도소, 정신병원, 혹은 죽음 뿐’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들은 또 하나의 선택지를 가슴 속에 품고 산다. 바로 ‘회복’이다.
마약중독이라는 병을 극복하는 회복의 길에서 중요한 건 ‘골든타임’이다.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마약중독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필요한 치료재활시설에 연계할 수 있어야 마약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법에 걸려서 혹은 스스로 깨달아서, 마약중독임을 인지했을 때 골든타임의 초시계가 시작된다.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와 의료진, 재활상담가 등의 경험과 의견을 종합해 마약중독의 회복 과정을 그려보았다. 인지를 하는 순간, 마약중독 치료가 가능한 전문병원을 찾아 의료진의 진단과 해독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급성환자일 경우 특히나 입원치료가 필수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마약으로 물든 신체를 ‘해독’하는 과정을 거쳐야 갈망을 줄일 수 있다.
급성이 아니더라도 중독상태라면, 입원치료를 해독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김재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중독 급성기 치료를 ‘100일 전투’라고 말했다. “100일을 넘기면 심각한 갈망 증상이 한 풀 꺽여요. 치료 혹은 재활기관에서 이 기간 동안 마약으로부터 중독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의학적으론 1년을 단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마약중독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상적인 루트는 입원치료 이후 재활시설로, 그 이후엔 회복자 모임에 참석하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에요.”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도 집중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가 은평병원 안에 조성하는 마약치료센터는 위기 때마다 입원 중심 병원이 될거에요. 단기간 집중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거죠. 집중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 안정되면 정도에 따라 24시간 입원을 할지, 부분입원을 할지 정하고 또는 외래진료를 오는 식으로 사회화 과정에 들어갑니다. 외래진료도 매일 오는 집중외래를 통해 프로그램도 하고 치료도 받는 방식도 있어요. 외국에는 활성화 돼있는데 우리나라는 수가가 안나오니 할 수 가 없죠.중요한 건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집중치료’를 해줘야 재발위험성이 낮아진다는 겁니다.”
병원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단약치료의 안정성이 보장됐다면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반드시 재활시설로 연결돼야 한다. 재활시설은 마약중독자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재정착할 수 있게 돕는 징검다리다. 재활시설의 시스템 역시 전문가를 중심으로 환자들이 함께 모이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래서 항상 같이 다니며 갈망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서로를 감시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그렇게 충분히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들었다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 회복자 자조모임에 참석해 단약을 유지한다. 이러한 단약의 과정은 의학적으로 최소 5년, 실상은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민간에 기댄 마약중독재활센터, 한계에 이르다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의 부재도 문제지만, 어렵게 치료를 받아도 병원 문을 나서면 또 갈 곳을 잃는 게 현실이다. 마약중독자의 단약을 돕는 재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그나마도 모두 ‘민간’에 의지하고 있다.
민간 재활시설들의 상당수가 마약에 중독됐다 회복해, 누구보다 재활의 필요성을 잘 아는 회복자들 중심으로 입소형 재활시설 형태다. 그게 바로 ‘다르크’다.
다르크는 일본에서 회복자들이 운영하는 마약중독 재활시설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도입했다. 2012년 서울다르크가 처음 문을 열고, 인천, 경기, 대구, 김해까지 전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2024년 7월 현재, 정상 운영되고 있는 다르크는 없다.
다르크가 문을 닫은 과정이 민간재활시설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르크가 현실적으로 부딪힌 가장 높은 벽은 경제적 한계다. 공공의 지원 없이 센터장의 사비와 입소자가 한달 단위로 내는 입소비로만 운영됐다. 한달 15만원 가량의 입소비로 월세·관리비·식비까지 충당하기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한계는 중독자를 재활시키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부재다. 오로지 센터장 개인의 역량으로 보통 10명도 넘는 입소자들의 중독을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작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한 마약중독자를 이끌어 가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렇게 개인에게 의존하는 구조적 특징은 센터장 개인이 흔드릴 때 시설의 안정성이 무너지고, 입소자들이 재활의 방향도 잃게 되는 악영향을 받는다.
사회적 시선도 문제다. 경기다르크의 경우 2019년부터 남양주시 퇴계원읍에서 운영되다 호평동으로 자리를 옮긴 후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시달려 남양주시로부터 퇴거 명령을 당했다. 마약중독을 범죄로만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재활시설 다르크은 혐오시설로 배척될 수 밖에 없다. 이로인해 경기다르크는 폐쇄됐고 입소자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인천지검 마약특수부 출신 법무법인온강 배한진 변호사는 이러한 이유로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치료재활센터가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시설이 많을수록 좋지만, 민간에만 맡겨두면 관리가 잘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공적인 관리시스템 없이) 중독자들끼리 모여있다보니 일부에선 서로 권유해 재범이 잘 일어나기도 하고, 마약을 유통하는 일도 있다고 해요. 또 운영 자체가 쉽지가 않죠. 시설 주변의 주민들이 투약사범이라 하면 사람 취급 안하고 혐오시설로 분류하니까요. 투약자라고 해서 다 위험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제대로 된 재활을 위해선 중독자 입장에선 가까운 곳에 재활센터가 있어야 한번이라도 더 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올해부터 17개소를 확대한다고 하는 건 반가운 일이죠. 하지만 더 많아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