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으로 미래 보는 동물원
獨 '헬라브룬' 4대 핵심가치 반영
'뷔르거' 種 연구·에코디스플레이
전시 기능 인정 '서식지' 공 들여
동물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모든 가치의 바탕
독일과 네덜란드 동물원이 핵심 운영가치로 삼는 건 '균형'이다. 이곳은 동물원의 전시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야생 서식지를 최대한 재현하고 종 보전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동물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는다. 전시·관람 기능에 매몰된 국내 동물원과 차이를 이루는 지점이다.
헬라브룬 동물원은 4가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동물원을 운영한다. 종 보전, 동물 연구, 동물 교육 그리고 동물원을 찾는 방문객의 휴식 측면이다. 특히 개별 동물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이 가치 전반의 밑바탕이 된다.
라셈 바반 헬라브룬 대표이사는 "(4가지 가치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며 "특히 동물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모든 가치의 바탕이 되는데, 이 연구가 탄탄해지면 동물과 방문객 모두에게 동물원이 편한 곳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물원의 전시 기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헬라브룬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라셈 바반 대표는 '케피그'(kafige)와 '게헤게'(Gehege)의 개념을 대조하며 후자의 가치를 동물원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죄수들을 가두는 우리'라는 뜻의 케피그와 달리, 게헤게는 '울타리가 있는 땅'이라는 뜻이다. 동물을 가두는 데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동물이 발을 디딘 땅 위에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동물원의 역할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라셈 바반 대표는 "풀숲과 하천 등 연구를 통해 동물에 알맞은 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물 환경 개선에 대한 고집은 직원 구성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헬라브룬에는 동물 습성에 맞는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생물학자가 직원으로 상주한다. 인근 뮌헨 루드비히 막시밀리안대학과 협업 체계를 이뤄 생태학적 연구뿐 아니라 숨진 동물의 사인도 철저히 밝힌다.
환경 변화만큼 발전된 기술을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
뷔르거 동물원 역시 헬라브룬과 마찬가지로 동물 종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뷔르거 동물원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바스 루케나르씨는 "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 변화만큼 발전된 기술을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뷔르거는 이를 위해 '에코디스플레이'라는 콘셉트로 동물원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 동물원의 에코디스플레이는 동물의 본래 환경에 가깝게 서식지를 구현하는 기술집약적 개념이다. 열대우림, 사막, 바다, 정글 등 자연환경을 응축된 기술로 동물원에 구현한 게 대표적이다. 뷔르거 동물원은 유럽 최대의 산호초 수족관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채광·수질 등 번식이 까다로운 산호초에 대한 기술 연구를 바탕으로 이를 구체화하고 환경에 따라 체질 개선을 이뤄나간다.
미래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이들 동물원의 공통된 특징이다. 헬라브룬과 뷔르거 동물원은 이같은 동물원의 중장기적 목표를 '마스터플랜'이라고 부른다.
라셈 바반 대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동물원 온도가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전에 없던 건강 문제 등 새로운 유형의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현재 동물원에 있는 종의 위치와 규모까지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고, 바스 루케나르씨는 "(사막, 정글 등) 구역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보완해야 할 등급을 나누고 개선책을 적용하면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조수현·김지원·목은수 기자(이상 사회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