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숨결, 사람도 좋다


자연환경 완벽하게 대체 어려워
동식물 표본 6천여점 전시 눈길
'동물은 사유재산' 법개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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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일본 오이타현 다카사키야마 동물원에서 다카사키 산에 사는 야생동물인 원숭이 250여마리가 내려왔다. 이곳은 일본 최초로 야생원숭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문을 연 동물원이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동물 복지를 고려한 법·제도 변화에도 동물원의 열악한 사육환경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건 ‘동물원이 계속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남긴다. 동물원 관리 기준을 높인다 한들, 살아있는 동물을 잡아 전시하는 지금의 동물원 원형으로는 인간에게 종속된 존재로 동물이 고통받는 역사를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 없는 동물원’으로의 개념 전환과 함께 동물의 ‘비물건화’가 근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 “구태 벗어나지 못한 동물원, 폐지하라”

 

지난 5월부터 해외 취재 현장에서 만난 동물복지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동물원이 야생을 대체할 수 없고, 환경 변화 등 인간의 개입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공간인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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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구로 미네토 ‘Lib(리브·일본 동물해방단체)’ 법인 이사는 “야생동물은 인간과의 접촉을 피하고 야생에서 본연의 습성대로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일본 내 동물원 280여곳을 직접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24.6.24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메구로 미네토 ‘Lib(리브·일본 동물해방단체)’ 법인 이사는 “야생동물은 인간의 접촉을 피해 본연의 습성대로 야생에서 생활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동물 생활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동물은 습성을 잃는다”고 했다. 그는 일본 내 280여곳의 동물원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인간 손을 거친 다양한 동물종의 이상행동을 파악했고,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형태 동물원이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기엔 한계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크리스티나 베히톨드 독일 뮌헨 티어하임(동물보호협회)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동물원에서 동물 연구를 할 수 있지만, 교육의 관점으로 봤을 때 ‘잡혀 있는 동물’을 관찰하는 건 야생 동물 습성을 배우는 교육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다큐멘터리나 영상매체 같은 대체재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동물원 관련 시민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발표한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동물원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인식을 묻는 항목에서 ‘점차 없어져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10%로, 전년 대비 6.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동물종을 보전하려면 동물이 야생에서 살아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보호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도시 내 시설에 가둬 증식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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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상주시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650종의 동물 박제와 곤충, 식물 표본 등 6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제공


■ 동물없는 동물원, 대안으로 ‘꿈틀’

이런 가운데 살아있는 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의 대안 중 하나로 ‘동물 없는 동물원’에 관심이 모인다.

경북 상주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살아 있는 동물이 아닌, 박제 동물·식물 표본 등 6천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눈앞에서 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의 생김새와 질감을 파악할 수 있는 적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곳에선 시각장애인과 고령층·어린이 등 사회적약자들이 걱정 없이 동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김학주 박제사는 “기존 동물원은 동물이 움직여 만질 수 없고 제대로 관찰하기 어려운데, 이곳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동물 생김새를 교과서적으로 공부하기에 적합하다”며 “현재 박제 기술은 털이 덮인 동물은 100% 구현 가능할 정도인데, 살아 있는 동물을 대체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어느 특정 부분을 부각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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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모형 제조·유통업체 본트리업의 동물모형 틀. 이런 동물을 중국 등 해외에서 들여와 수작업을 거쳐 완성한 뒤 국내 동물원과 전시관에 유통하고 있다. /본트리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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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모형 제조·유통업체 본트리업이 광주국립과학관에 유통한 동물 모형. /본트리업 제공

 

그렇다면 박제가 아닌, 모형 형태의 동물은 실제에 어느정도 근접했을까. 동물모형 틀을 중국 등 해외에서 들여와 수작업을 거쳐 완성한 뒤 국내 동물원과 전시관에 유통하는 본트리업의 김상진 과장은 “피부와 털의 질감 그리고 눈동자까지 실제 동물 모습처럼 구현 가능하다”며 “만져보면 살아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현재는 공룡 등 지구상에서 사라진 동물 위주의 작업을 의뢰받지만 동물 복지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질수록 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과장은 “움직이는 형태의 동물 모형도 제작할 수 있는데, 비용과 시간이 문제이지 점차 다양한 동물 종으로 의뢰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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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의 한 실내동물원에 라쿤이 철장을 붙잡고 관람객을 보고 있다. 지난해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동물원 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겪고 있어 보인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50.7%로 나타났다. 2024.7.2./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 “‘동물은 물건’ 현행 민법 개정해야”

동물원에서 반복되는 방치·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현행 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더라도 법적으로 ‘소유주의 사유재산’인 탓에 지자체 등 제3자가 동물을 구조·보호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관할당국이 동물을 몰수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멸종위기종을 밀수하다 적발될 때나,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고래 등을 불법 포획될 때 등으로 극히 제한된다.

 

국회에서는 동물의 ‘비 물건화’를 명시한 민법 개정안이 지난 2021년 발의됐으나 3년의 계류 끝에 최종 폐기된 바 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대구 부경동물원처럼 동물 방치 문제가 불거져도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지 못한다”면서 “동물이 물건이나 소유물이 아니라는 내용의 법률 개정은 동물 문제를 개선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봤고, 조현정(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기획팀장은 “민법 개정은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 동물 관련 다른 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조수현·김지원·목은수 기자(이상 사회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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