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숨결, 사람도 좋다


일본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
'원숭이 서식지' 보존 가치 지켜
김포한강조류생태공원도 '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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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찾은 일본 오이타현 다카사키야마 동물원으로 가기 위해 육교에 오르자 동물원 직원이 ‘지금은 원숭이가 0마리입니다’라는 내용의 푯말을 들고 서 있었다. 이곳에선 다카사키산에 사는 야생원숭이가 내려오지 않으면 동물원을 가도 만날 수 없다. 2024.6.29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지금은 원숭이가 0마리입니다.”

일본오이타현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을 찾은 지난 6월 29일. 입구 맞은편에서 직원 한 명이 이런 글귀가 적힌 푯말을 들고 서 있었다. 야생동물인 원숭이가 산에 있느라 내려오지 않은 것이다. 원숭이를 보게 된 건 그로부터 1시간 지났을 무렵. 한 직원이 무전을 통해 “원숭이들이 내려오고 있다”고 다른 직원에게 전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언덕에서 원숭이 250여마리가 무리지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 동물원은 1953년 문을 연 뒤 ‘원주민’인 원숭이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에도시대(1603~1867년)부터 원숭이가 살았다고 전해진 이곳은 동물원이 들어선 이후에도 ‘원숭이 서식지 보존’을 가장 큰 가치로 지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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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찾은 일본 오이타현 다카사키야마 동물원에서 다카사키 산에 사는 원숭이 250여마리가 동물원으로 내려왔다. 이들은 동물원 곳곳에 앉아 쉬거나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등 자유롭게 거닐었다. 2024.6.2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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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찾은 일본 오이타현 다카사키야마 동물원에서 다카사키 산에 사는 야생동물인 원숭이 250여마리가 내려왔다. 불과 35년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이 원숭이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활동이 이뤄졌다. 현재는 관람객이 들어올 수 없는 구역에 직원들이고구마 등 먹이를 뿌려준다. 2024.6.29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동물 전문가·교수 등이 매년 모여 원숭이들의 서식지이자 동물원을 둘러싼 다카사키산의 생태를 조사하고, 최적의 생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체수 관리에 나서는 게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방문객이 직접 먹이를 주며 동물은 만지기도 했는데, 안전 사고 위험은 물론 동물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판단 끝에 이같은 이벤트를 멈췄다. 이 동물원 관계자는 “터를 잡고 살아온 원숭이가 잘 생활하도록 환경을 유지하는 게 주요한 임무”라고 설명했다.

동물을 비좁은 공간에 가두는 낡은 형태의 동물원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 야생 상태를 유지하는 동물원이 다시금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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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엔 텃새와 계절별 철새들이 살 수 있는 습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을 방문한 시민들은 갇혀있는 조류가 아닌 야생에서의 조류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2024.6.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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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엔 텃새와 계절별 철새들이 살 수 있는 습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을 방문한 시민들은 갇혀있는 조류가 아닌 야생에서의 조류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2024.6.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경기도에도 다카사키야마 동물원처럼 야생의 모습을 지킨 채 운영하는 곳이 있다. 바로 김포 한강조류생태공원이다. 광활한 습지에 수십 종의 텃새와 철새가 자유를 만끽하는 이곳은 도심 속 자연환경의 보고란 평가와 함께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6월 이 공원에서 만난 방문객 이성현(60대)씨는 “편한 마음으로 쉬러 이곳을 찾는데, 이질감도 없고 새를 보면 오히려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시 일변도에 갇힌 동물원이 아닌 동물 생태계가 보전·보호되는 형태는 동물복지 등 교육적으로도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미키 미사코(테이쿄이과대학 동물과학과) 교수는 “울타리를 없애거나 공간을 크게 늘린 동물원에서는 무리 생활하는 동물의 습성을 잘 관찰할 수 있어 교육적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나미키 교수는 동물원 사육사로 30년 남짓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들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지키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멸종 위기 등에 처한 동물을 보며 ‘동물 밖’의 위기를 인지할 수 있는 점도 교육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위급한 환경에서 구출한 동물을 보호하는 구역인 ‘생추어리’나 보호센터 등도 다양한 측면에서 동물의 환경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혜진 ‘공존’(동물행복연구소) 이사는 “기존의 동물원은 외래종 위주로 전시해 동물원 밖으로 나오면 해당 동물을 볼 수가 없어 교육적으로 교감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주변에서 다친 동물을 구조해온 보호센터 등에서는 일상에서 만나는 동물들을 피부로 느끼며 공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고통의 역사 피하기… '동물 없는 동물원' 대안으로 [시대착오 동물원, 존폐를 묻다·(5·끝)])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조수현·김지원·목은수 기자(이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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