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 옆, 기후괴담·(1)] 올 여름 날씨 기사 분석해보니


# 녀석에게 물리지 않게 조심해
안산서 말라리아 감염자 발생
경기남부 남하 가능성에 찝찝

# 물속에서 느껴지는 낯선 존재
보름달물해파리, 서해로 북상
수온상승이 개체수 증가 영향

# 숨통을 옥죄는 축축한 기운들
체감 온도 높이는 습도의 습격
경기도 누적 온열질환자 65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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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하 수상하다. 수상해도 보통 수상한 게 아니다. 지구온난화, 그간 멀리서 들리는 메아리인양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올 여름 대한민국, 경기도, '우리 동네' 날씨가 심상치 않다. 더워도 너무 덥고, 비가 와도 너무 온다. 7월엔 장마가 오고, 8월엔 더위가 온다는 날씨 기사의 공식이 있었는데, 더이상 관성대로 쓸 수 없게 돼버렸다.

날씨 관측이 '틀렸다'고 기상청을 욕하는 일도 사라졌다. 우리 스스로 느끼고 있어서다. 이 날씨, 더이상 예측이 불가능하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곳의 날씨가 흉흉하다.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실제 우리 동네 여름 '기후괴담'의 실체를 쫓았다. → 편집자 주

■ 북한 인접한 경기북부 말라리아, 경기남부 남하한 까닭


안산의 A 보건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라리아 감염자가 나타났다. 아주 가끔, 경기북부지역에서 군복무하다 휴가 나온 군인들 중에 감염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경기남부인 안산에서 군인이 아닌 이의 말라리아 감염은 발생한 적이 없었다. 이 감염자는 경기 북부와도 관련성이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A 보건소는 집요하게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감염자가 말라리아 위험지역인 인천에 캠핑을 다녀온 적이 있고,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 물렸을 것으로 '일단' 추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뒷맛은 개운하지 못했다. 감염자가 안산에 서식하는 모기에 물렸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찝찝함의 이유를 두고, A 보건소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기후'를 언급했다. "이상 기후로 경기 북부에 서식하던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남하했을 수도 있습니다."

 

보름달물해파리. /경기도제공
보름달물해파리. /경기도제공

■ 서해바다에 북상하는 해파리, 상승하는 수온


지난 6일 경기도해양수산연구소(이하 경수연) 갯벌연구팀은 도내 바다 10개소에 대한 환경조사를 시행하던 중 의미심장한 결과를 마주했다. 통상 남해에 대규모 출현해 어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보름달물해파리'가 경기도에 인접한 서해에서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초 100㎡당 1개체에 불과했던 보름달물해파리가 지난달 말에는 10개체, 이번달 조사에선 20개체로 증가했다. 당시 조사에 나섰던 배재용 연구사는 "물때가 맞아서 간혹 경기도 바다로 밀려오는 보름달물해파리가 있긴 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꽤 많은 수가 떠다니는 것을 확인, 특이사항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수연의 보고를 받은 국립수산과학원(이하 국수원) 기후변화연구과 역시 경기 바다에 북상한 해파리떼를 예의주시한다.

김경연 국수원 해파리 모니터링 연구사는 아직까진 경기 바다의 보름달물해파리의 경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순 없다. 왜냐면 보름달물해파리는 8~28℃의 표층 수온에서 서식하는 개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선 표층 수온이 30℃가 넘어가거나 영하 2℃가 기록되는 바다에서도 살아있는 것이 관측돼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점차 따뜻해지는 경기 바다가 보름달물해파리에게 적정한 수온 조건을 마련해주는 건 대발생을 우려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동남아 사람이 느끼는 '동남아보다 더운 한국'


생태계만 이상한 게 아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더위는 지금 이순간, 일상에서 우리의 목을 죈다. 경기도는 지난달 24일 31개 시군 전역에 폭염특보를 발령한 이래 한 달이 넘게 해제하지 않았다. 일 최고 기온이 33℃가 넘는 날을 기준으로 집계되는 폭염일수는 이달 23일 기준, '17.3일'째다. 지난해 14.2일의 기록은 이미 넘어섰다.

온열질환자는 폭염일수와 비례해 급증했다. 22일 기준 경기도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652명으로, 지난해 경기도 전체 온열질환자 수 683명에 근접했고 곧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달 들어선 18일 동안 최소 13명 이상의 두 자릿수대 온열질환자가 줄곧 발생했다.

그런데 폭염 속 온열질환은 단순히 기온이 '높아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상기후로 높아진 '습도'의 습격이다.

평택에 살고 있는 캄보디아 출신의 원석유씨는 올 여름 평택날씨를 이렇게 말했다. "동남아는 덥지만 습도가 낮고 바람도 좀 선선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정말 그냥 덥기만 해서 힘들어요."

'한국 더위'에 백기를 든 원씨는 습도를 꼬집었다. "(제가 느낄 때) 2년 전부터 여름철 습도가 더 높아진 것 같아요. 전 더위를 타지 않는 편인데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에어컨을 구매했어요."

그의 말이 맞다. 실제로 지금 우리가 겪는 폭염이 힘든 건, 습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체감 온도가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

→ 관련기사 (말라리아 모기·해파리 낙원된 경기도… 사람은 여름 생존 위협)

/공지영·이시은·김지원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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