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 옆, 기후괴담·(1)] 올 여름 날씨 기사 분석해보니
2022년 기준 경기남부서 환자 발생
겨울 버텨 살아남은 성충 비율 늘어
수온 증가로 여름 바다 대량 증식
내년 봄 최대 5천 마리 번식 가능
■ 경기남부에도 말라리아 모기가 살 수 있다?
보건소가 이렇게 우려를 하는 배경에는 안산뿐 아니라 경기 중남부지역 상당수가 이제 말라리아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서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은 지난 1월 도내 말라리아 감염 위험지역을 기존 7개 시군(고양, 김포, 동두천, 연천, 의정부, 파주, 포천)에서 12개 시군(가평, 광명, 광주, 구리, 남양주, 부천, 시흥, 안산, 양주, 양평, 하남, 화성)으로 확대했다.
말라리아는 1960~1970년대 정부와 WHO(세계보건기구)의 대대적인 퇴치 사업으로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중 1993년 휴전선 인근에 복무 중인 군장병을 중심으로 다시 발병했고, 이후 경기 북부권역과 강원도, 인천 일대로 퍼져나갔다. 이들 지역은 예방의료의 수준이 떨어지는 북한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지역이다.
또 모기의 활동 시간대인 오후 10시부터 새벽 시간, 풀숲 등지에서 활동이 잦은 군인들이 주 감염자가 되는 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간 것은 2022년부터다. 그전과는 말라리아 확대 양상이 확실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기도 남부에서도 말라리아 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광주, 부천, 시흥에서 각각 감염자가 1명씩 나왔다. 화성에선 4명이 발생했다. 이듬해인 2023년엔 양평에서도 1명이 발생했다. 부천은 11명이라는 두 자릿수 감염 기록이 나왔다. 그리고 올해 안산에서만 5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단순히 북한과 인접하고 군대가 많은 경기북부에서 옮겨왔다고 추정하기에는 관련성도 크지 않았다.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인 얼룩날개모기는 비행거리가 길어 100㎞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있다"며 "날이 더워질수록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는 얼룩날개모기 성충의 비율이 높아지며, 활동 범위와 기간 역시 길어진다"고 말했다. 조심스럽지만, 높아진 기온으로 말라리아 모기가 우리 곁에 살 가능성이 농후해진 셈이다.
■ 더워진 경기바다, 해파리 살기 좋은 물
경기 바다 수온은 이미 '고수온 예비주의보' 수준까지 도달했다. 지난달 8일, 22.1℃를 기록한 평균수온은 같은달 24일에 23.7℃를 보였고, 이달 6일엔 26.1℃까지 기록했다. 이는 국수원의 고수온 예비주의보(25~27℃) 기준에 도달한 수치다.
수온 상승은 이미 꾸준히 진행됐다. 서해의 연평균 수온 기록을 살펴보면 평균 온도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1970년 13.8℃를 기록하던 수온은 1990년 14.6℃로 올랐고, 2010년 15.5℃에 이어 2023년엔 16.5℃를 기록했다. → 표 참조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사는 올해 경기도 바다가 유독 더운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길어지는 폭염 일수'를 꼽았다. 한 연구사는 "예년과 달리 올해 8월은 2~3℃ 정도 평균 수온이 더 높아졌다"며 "7월 중하순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바닷물이 가열된 상태에서 이후 태풍의 영향력 등 수온을 낮출 외력들까지 약해지며 이례적으로 높은 수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철 기단에 따라 연평균 수온이 달라지지만 점진적으로 수온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은 맞다"며 "높아진 수온에 따라 해양생물의 서식지 환경 등이 달라져 어떤 양상으로 변화가 일어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람이 점차 살기 힘들어지는 바다는 해파리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보름달물해파리는 먹이 조건과 수온 조건 등이 맞을 때 대량 증식한다.
국수원에 따르면 수온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폴립은 무성생식을 통해 1개당 250마리의 해파리로 증식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올해 여름 경기 바다에서 해파리 1마리가 보였다면 가을 산란기를 지나 내년 봄엔 최대 5천 마리까지 해파리가 발생할 수 있다.
■ 상대습도가 폭염 체감 올리는 범인
습도는 공기 중 수증기 양을 뜻하는 절대습도와 온도라는 변수를 고려한 상대습도로 나뉜다. 이중 체감 온도에 영향을 주는 상대습도는 특정 온도에서 공기가 최대로 함유할 수 있는 수증기 양에 대한 실제 공기 속 수증기 양을 뜻한다. 상대습도가 50% 이상일 때를 기준으로 10%p씩 오를 때마다 체감온도는 1도 가량 높아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기도의 상대습도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다. 경기도에 관측소가 있는 5개 지역(동두천, 수원, 양평, 이천, 파주)의 7월 평균 상대습도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81.4→83.4→6.4→87을 기록했다.
하경자 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사람은 땀을 흘려서 체온을 낮추는데 날씨가 습하면 결과적으로 사람이 배출한 땀이 공기 중에서 증발하기가 어렵다"면서 "기온에 습도까지 높아지면 생물이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습도를 주요한 기후인자로 인식하고 예측해야 하는 이유"라고 경고했다.
상대습도가 높아진 주된 이유는 '이상기후'에 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대기 중 유입되는 수증기량이 늘면 비와 눈이 더 많이 내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 점, 예년보다 장마가 길어지고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 상대습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일이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경기도는 더이상 이상기후를 피해갈 수 없다. 심지어 기후가 변하는 속도마저 빨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 경기도는 앞으로 어떻게 더 '더워질까'.
/공지영·이시은·김지원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