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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듣고, 북극과 남극에서 녹아 떠내려가는 빙하만 떠올렸다면 정말 오산이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경기도온난화다. 경기도는 이미 뜨거워지고 있고, 앞으로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당신에게 닥친 현실이다.

향후 경기도가 더워지면서 겪어야 하는 일들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폭염’ 더 잦아져

2021~2040년 연 평균 26.3~28.6일 예측

21세기 후반엔 37.3~104.6일까지 늘 수도

온열질환자 증가율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

무더운 날씨 속 양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경인일보DB
무더운 날씨 속 양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경인일보DB

기상청의 ‘2023년 경기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분석했다. 경기도 연평균 기온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12.2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21세기 중반(2041~2060년)에 이르면 1.7~3.1도, 21세기 후반(2081~2100년)에는 2.4~6.7도 상승할 전망이다.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지구온난화, 아니 ‘경기도온난화’는 폭염·폭우·겨울강수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선 폭염이 잦아지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다. 폭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뜻한다. 2000~2019년 기준 경기도의 폭염일수는 12.4일이다. 기상청은 2021~2040년 경기도의 연평균 폭염 일수는 26.3~28.6일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2배가 넘는 예측치로, 올해만 해도 23일 기준 17.3일로 이전 기준을 넘어섰다. 상황은 갈수록 심각하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33~48.9일, 21세기 후반에 이르면 37.3~104.6일까지 연평균 폭염일수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21세기 후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경우 폭염일수가 연간 104일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 1년 중 3개월 이상 재난 수준의 더위가 이어질 수 있다.

온열질환자 연평균 증가율도 경기도가 압도적이다. 지난 2011~2022년 온열질환자 연평균 증가율은 경기도(3.5%)가 전국(1.8%)을 앞섰다. 최근 3년(2020~2022년)간 연평균 증가율도 경기도(24.9%)가 전국(8.4%) 평균을 크게 웃돈다.

한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부채질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인일보DB
한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부채질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인일보DB

김한수 경기연구원 기후환경정보센터장은 경기도의 온열질환자 증가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경기도에는 건설업 공사장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18년 이후 중앙정부에서 폭염을 재난 대응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면서 “폭염 대응 정책을 시행하는 지자체에서도 물을 많이 마셔라, 외부 활동을 자제해라와 같은 계몽 운동 격인 여러 수칙을 전파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온열질환자 발생 지역과 취약계층, 도시구조적으로 더 더운 지역 등 폭염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어야한다”고 경기도만의 폭염관리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미래기후
경기도 미래기후

겨울비 내리는 경기도, 강수량 전국 최대 증가 예측

작년부터 겨울비 잦아 ‘겨울장마’ 말까지 등장

2100년에는 최대 96.1㎜… 최대 62.64%↑

경기도 미래기후 ‘갈수록 더워질 것’ 바탕 깔려

변화 무쌍해진 날씨,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문제

경기도온난화는 비단 폭염에만 그치지 않는다. 올해 경기도를 집어삼킨 강수량도 매년 늘어난다. 2000~2019년 기준 경기도의 연강수량은 1천264.6mm인데, 국내 연강수량 평균(1천325.9mm) 보다 조금 적은 수치다. 그러나 이대로 온난화가 계속 진행됐을 경우를 가정해 21세기 중·후반이 되면 경기도의 연강수량은 각각 현재보다 13.7%, 19.2% 까지 증가할 수 있다. 같은 시기 국내 연강수량 증가율 예측치인 16%를 능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별로 세부적인 예측치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김포는 최악의 경우 22.6% 까지 늘어날 수 있어 31개 시군 중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강수량은 계절을 가리지 않을 수 있다. ‘겨울 강수량’이 늘어나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겨울은 일년 중 가장 건조하고 추운 계절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겨울 강수량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겨울비가 잦아졌고 ‘겨울장마’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겨울 강수량이 늘어나고 있다. /경인일보DB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겨울 강수량이 늘어나고 있다. /경인일보DB

기상청은 경기도의 겨울강수량이 2021~2040년에는 60.2~75.1mm, 2041~2060년 66.8~88.7mm, 2081~2100년에는 61.3~96.1mm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도 겨울 강수량이 96.1mm에 이르는, 최악의 경우엔 최대 62.64% 늘어나는 셈이다.

경기도 겨울강수량이 늘어난 배경에도 ‘경기도온난화’가 있다. 겨울철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해상에 진입하면 해수면 온도차로 강수 구름대가 형성된다. 이때 온도차가 클수록 구름대가 많이 생겨나는데, 최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 겨울철 남쪽으로부터 유입되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이전보다 강해진 것도 겨울강수량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최영식 경기대학교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이상기후는 북극, 남극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경기도가 마주한 현실”이라며 “기후위기는 인간의 생산 활동으로 인한 필연적인 문제이며 그 수준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경기도 미래기후는 ‘갈수록 더워질 것’이 기저에 있다. 지금 겪은 것보다 훨씬 덥고 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문제는 더워지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더워질 건 자명한데, 도무지 오늘만 더울지, 내일은 비올지, 아니 한시간 뒤 어떤 지역에 폭염이 올지 폭우가 내릴지, 전문가조차 ‘예측할 수 없다’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