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 옆, 기후괴담·(3)] 그날의 아찔했던 침수 순간
평택시 도로정비팀 전원 비상대기… CCTV 계속 지켜봤지만
시간당 최고 강수량 예상 30~35㎜ 뛰어넘어 88.5㎜ 까지 '격변'
■ 침수 7시간 30분 전
7월 18일 오전 2시30분. 기상청은 안산과 시흥, 평택, 화성에 호우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시각, 평택시 시간당 최고 강수량은 0.5㎜로 관측됐다. 기상청 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평택시청 도로정비팀 전원이 비상대기 근무로 전환했고 사무실로 모였다.
도착하자마자 최희곤 주무관은 사무실 옆 작은 방에서 시청에서 관리하는 7개 지하차도 내부 상황을 비추는 CCTV와 배수 펌프 상태를 나타내는 시스템부터 점검했다. 세교 지하차도엔 배수 펌프가 4개 중 2개가 정상 가동 중이었다. 다른 2개는 비상시 예비 펌프로 가용된다.
임영훈 팀장은 CCTV에서 물이 튀는 정도를 파악했다. 국토교통부 지침상 지하차도 바닥으로부터 15㎝ 이상 물이 차오르면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
"15㎝ 가량 물이 고였을 때는 차가 물을 지나칠 때 양옆이 갈매기 날개 모양처럼 확 튀어야 하거든요. 당시 지켜봤을 때 그렇게 튀지 않고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 침수 3시간 30분 전
오전 6시 30분. 새벽 5시까지 시간당 1㎜ 이내로 오던 비는 6시를 넘기자 평택 일부 지역에서 시간당 30㎜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안산, 시흥, 수원, 오산, 평택, 군포에 발령된 호우주의보를 호우경보로 상향했다. 이때 평택은 시간당 최고 강수량이 35㎜였다.
이 정도는 매년 장마철에 충분히 발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세교지하차도가 있는 원평동과 통복동 인근엔 타 지역보다 낮은 강수량인 시간당 10㎜ 내외의 비가 오고 있었다. 그러나 날씨는 예상을 뛰어넘으며 급격히 변하고 있었다.
■ 침수 1시간 30분 전
오전 8시 30분. 조병훈 주무관은 8시가 넘어서부터 비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같은 시각 임 팀장 역시 뭔가 잘못될 수 있다는 걸 직감했다. 임 팀장은 팀원들에게 지하차도 CCTV와 배수 펌프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란 말을 남긴 채 지하차도로 출동했다. 이때 평택시 시간당 최고 강수량은 60㎜였다.
CCTV 등을 모니터링하던 최 주무관은 펌프 2개가 작동하던 세교지하차도가 펌프 전체가 가동 중인 상황을 포착했다. 현장에 나간 임 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관리 업무를 맡고 있던 외부 용역업체에도 혹시 모를 통제를 위해 지하차도 인근에 대기를 부탁했다.
■ 침수 발생 25분 전
7월 18일 오전 9시 35분. 임 팀장은 폭우를 뚫고 평택시내 지하차도들을 둘러보았다. 세교지하차도 외에도 은평노을 지하차도, 비전지하차도 등 바닥으로부터 15㎝ 가량 물이 차오른다는 보고가 속속 들어왔다. 이때 평택시 시간당 최고 강수량은 88.5㎜. 임 팀장은 불현듯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떠올랐다. 곧바로 도로정비팀에 전화했다.
"당장 용역업체 우회 표시 사인카가 없으면 평택시청에 사이렌 달린 차량을 가지고서라도 일단 막으라고 지시했죠. 차량이 없다면 일반 차량을 대각선으로 막고 못들어가게 손 들고라도 서있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전화를 받은 조 주무관은 지하차도 전면 통제를 시작했다.
임 팀장은 예비펌프까지 모두 작동 중이라는 세교지하차도로 다급하게 향했다. 세교지하차도는 도심에 있는 다른 지하차도와 달리 인근에 논경지가 있어 범람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 평택 세교지하차도 침수 발생
7월 18일 오전 10시. 도착하자마자 임 팀장은 두 눈을 의심했다.
논밭과 논밭 사이에 커다란 강이 보였다. 2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다. 높이 760m, 폭 19m의 세교 지하차도가 잠겨 아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날의 침수는 인근 논밭을 지나는 지방하천인 '도일천' 때문이었다. 도일천의 수위를 보고 범람을 우려한 행정 당국에서 도일천으로 유입되는 수문을 닫았다. 그러자 인근 농경지와 배수로에 급속도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농경지에 쌓인 물은 기어이 도로로 넘쳤고 세교지하차도까지 덮친 것이다.
임 팀장은 그 날만 회상하면 아직도 오금이 저린다.
"물이 차는 게 보여서 혹시 하는 마음에 미리 차단한 것이지, 농경지가 범람해서 완전 침수될 거라곤 예상할 수 없죠. 나중에 결과를 보고 그때 차단했던 게 맞았던 선택이었다 하는거지, 사실 전혀 예측이 안되는 거잖아요."
/공지영·이시은·김지원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