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강화 접경지에 대남 확성기
7월말부터 시작 최근 강도 높아져
인천시 "새로운 도발 형태로 해석"
주민 피로감속 군당국은 "주시중"

 

  

확성기를 이용해 쇠를 깎는 듯한 기괴한 소음을 남쪽에 흘려보내는 북한의 소음공격이 인천 접경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오물 풍선을 띄워 보내는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도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합동참모본부와 강화군 등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 소음공격이 강화군 접경지역에서 지난 7월 말 시작됐는데 1주일 전부터 그 강도가 심해졌다.

 

북한을 마주보고 있는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서 마을지도자로 활동하는 주민 이만호(63)씨는 "매일 쇠를 깎는 듯한 기괴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젠 주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주민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음은 24시간 내내 이어지고 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3~5시간 소음공격을 이어가고 10~20분 멈추는 식이다.

최근 들어 오물풍선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이번에는 소음공격이라는 방식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대남 도발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유형의 오물이 아닌 무형의 소음 쓰레기를 남쪽으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강화도
사진은 철책으로 둘러쌓인 강화도. /경인일보DB

인천시 신현기(육군 예비역 준장) 안보특보는 "남측의 대북방송을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 소음공격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북의 새로운 형태의 도발로 해석할 수 있어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서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의 소음공격에 주민 피로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지만 군 당국은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 거주하는 150가구는 북의 소음공격에 평온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창문을 열어두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가 하면 일부 주민은 생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영유아를 키우는 한 가정은 매일 아기가 소음에 자지러지게 우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인천시 강화군 교동 망향대
인천시 강화군 교동 망향대에서 바라본 북녘땅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6.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마을 면사무소에도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종인선 송해면장은 "직접적 피해를 입는 주민들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소음이 더욱 심해지고 있어 주민들을 달래기가 더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주민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소음을 측정해 봤는데, 지난 7월 말 60㏈ 수준에서 최근에는 85㏈로 심해졌다고 한다.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이 아쉽다는 주민 목소리도 나온다. 한 주민은 "정부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주민들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관련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이와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