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으로 쉽게 해외구매 의뢰
아이디 계속 바꾸고 가상화폐 거래
'이달 단가표'까지 올리며 영업중
대화방엔 "벌써 3번째" 후기 줄줄
"No need to worry. It's not the first time. (걱정할 필요 없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에서 2억여원의 위조지폐가 발견(9월19일자 7면 보도=위조화폐 4천장 찍어 가상화폐 바꾸려 한 일당)되며 화폐 위조가 심각한 범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실제 위조지폐 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실제 인터넷에 올라온 한 위폐 제작 업체의 텔레그램 주소로 구매를 의뢰했다. 주민등록증 등을 비롯한 공문서뿐 아니라 금융거래 이체명세서 등 사문서까지도 감쪽같이 위조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이 업체는 5만원권 지폐도 위조가 가능하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금액을 묻는 질문에는 '1천만원 상당의 위폐를 현금 80만원에 팔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다른 업체에도 위폐 구매를 문의해 봤다. 이 업체는 전 세계 각국의 위폐를 전문적으로 생산·유통하는 해외 업체라고 소개했다. 필요한 국가의 화폐와 금액을 물었고, 50만원이라고 하자 수원시 소재 주소지까지 배송하는 데 300달러(한화 40만원 상당)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에 어떻게 위폐를 반입할 수 있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옷가지와 신발 포장 상자에 함께 넣어서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에 위폐를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누구나 손쉽게 위폐를 구할 수 있지만, 이들의 행방은 찾기가 어렵다. 모든 거래는 추적이 힘든 텔레그램으로 이뤄지는 데다 주기적으로 아이디를 바꿔가며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에 올라온 위폐 거래 텔레그램 아이디 중 절반 이상은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최소 두달 전 활동을 멈춘 계정들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위폐 업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활발하게 영업을 펼치고 있었다. 한 업체의 텔레그램 단체 메신저 방에는 '9월 단가표'라는 제목 아래 판매하는 위폐에 대한 상세 정보가 올라왔다.
시중에 유통되는 지폐와 99% 재질이 일치하는 면섬유 위폐라고 광고하는 이 업체는 일련번호까지 다르게 제작해 유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소 주문금액인 120만원을 보내면 5만원짜리 위폐 300장, 1천500만원 상당의 위폐를 준다고 했다. 이달 1일 기준 8천700장가량의 5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보안을 위해 첫 거래는 반드시 가상화폐로 받는 치밀함도 갖추고 있었다.
해당 메신저방에는 위폐 사용 후기 인증 사진들도 속속 올라와 있었다. 한 이용자는 장바구니에 가득 담긴 5만원권 위폐 수십 묶음 사진을 올리며 '앞으로 10년 동안 써도 다 못쓸듯'이라고 적었고, 또 다른 이용자 역시 위폐 뭉치 사진과 함께 '벌써 3번째 구매인데 다른 업체보다 확실히 퀄리티가 좋네요'라는 후기를 남겼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