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포근 모래·동글동글 자갈·사각사각 굴껍질 '걷는 즐거움'
남녀노소 시민 40여명 '보물섬 168' 캠페인 참여
섬 구석구석 사진·영상 '구글맵 스트리트뷰' 게재
바갓수로봉 절벽아래 20여개 섬 최고의 경관 자랑
소야도 바다 갈라짐길 '갓섬~간뎃섬~물푸레섬' 연결
호랑이바위·낙타바위, 이야기 만큼 흥미로운 모양
우럭·농어 반건조탕 못잊을 감칠맛… 가을 꽃게탕도
인천 옹진군 덕적도는 드넓은 백사장과 수령이 300년 넘은 해송으로 둘러싸인 덕적군도 중 가장 큰 '어미섬'이다. 국내 섬 중 기록상 가장 오래됐을 정도로 섬의 역사적 의의도 크다. 삼국시대에는 서해를 통하는 뱃길로 이용되면서 인적·물적 교류의 중심지로 역할을 했다.
인천시민 40여 명은 지난 28일 인천시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을 위해 덕적도를 방문해 여러 명소를 담은 지도를 제작하고, 길가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활동을 펼쳤다. 3살 어린이부터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자가 어울려 덕적도의 정취를 즐기는 데 열중했다.
참가자들이 섬 구석구석을 누비며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구글맵 스트리트뷰로 게재될 예정이다. 인천 섬을 찾는 여행객이나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셈이다.
구글맵 스트리트뷰는 특정 지점의 주변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관광객이 이용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처음 시작한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을 통해 승봉도·대이작도·문갑도·굴업도 4개 섬의 구글맵 스트리트뷰를 완성하는 등 지역 섬을 알리는 데 나서고 있다.
■ 용왕이 사는 곳 바갓수로봉이 들려주는 이야기
덕적도 주민들은 덕적군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바갓수로봉을 섬 최고의 경관으로 꼽는다. 바갓수로봉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위치한다. 이곳에 올라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굴업도와 왼편에 가장 가까운 문갑도, 선단여, 선갑도, 각흘도, 가도, 백아도, 울도 등 20여개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평선에 걸쳐 있는 섬들을 바라보면서 이름을 맞춰보는 것도 묘미다.
바갓수로봉을 휘감는 바람소리와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면 도심에서 즐길 수 없는 평온함과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일몰에는 바갓수로봉 앞에 솟아 있는 기암괴석들이 붉게 물드는 광경이 펼쳐진다. 바갓수로봉 앞바다는 용왕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용담'이라고도 부르며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해류가 거칠고 수심이 깊은 특징을 갖는다.
민어와 조기가 지나가는 길로도 유명했다. 1930년대에는 덕적도 민어 파시(波市·생선시장) 명성이 자자했다. 이 시기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여들었고, 1만명이 넘는 주민이 살았을 정도로 풍요로웠다고 한다. 바갓수로봉과 선갑도 사이에서 채취한 바닷모래는 아파트 등 건축물과 교량 등을 짓는 데 쓰였는데 여기서 퍼간 모래가 자그마치 남산 5개를 쌓을 분량이라고 한다.
이처럼 바갓수로봉 앞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바갓수로봉을 걸어서 오르는 길이 다소 험난하지만, 꼭 올라와야 하는 이유다. 일부 구간은 도로 포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차를 이용해 오를 수도 있다. 바갓수로봉은 초입에서 약 3㎞를 오르면 나오는데, 성인 걸음으로는 50분가량 걸린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숨이 가쁠 때면 양옆에 뻗어 있는 소나무 숲을 천천히 바라보며 걷기를 추천한다.
딸과 함께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에 참여한 조재운(63·연수구)씨는 "탁 트인 곳에서 바다와 섬들을 바라보니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상쾌했다"며 "다음에는 온 가족이 함께 덕적도를 방문하도록 여행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 은빛 모래해변과 자갈마당
덕적도는 은빛 모래사장부터 몽돌이 깔린 해변까지 해안가별로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갖고 있다.
덕적도에서 덕적소야교로 이어진 소야도는 해변가에 굴껍질이 바스러져 만든 흰모래로 채워져있다. 물이 빠지는 시간대에 가면 굴껍질이 깔린 '바다 갈라짐길'을 걸을 수 있다. 전국 바다 갈라짐길 명소 중 유일하게 갓섬~간뎃섬~물푸레섬 3개의 섬이 연결되는 곳이다. 9월 말 기준으로는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바닷길이 열려 있었다. 바다 갈라짐길은 바닷물이 낮아질 때 방문해야 하니 사전에 예보 정보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일일 해설사로 나선 권순학(62) 덕적중학교 수학교사는 "소야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모래 대신 굴껍질이 쌓여 사조가 형성되는 '셰니어' 해안을 갖고 있다"며 "예전에는 이곳에서 나는 굴을 일본 등에 수출했을 정도로 많은 양의 굴이 생산됐다"고 설명했다.
소야도 해변에는 호랑이 두 마리가 교미하는 형상이 담긴 바위가 있다. 옛날부터 자식을 갖길 바라는 부부나 무당들이 치성을 올리러 호랑이 바위를 찾았다고 한다.
인근에 있는 소야도 때뿌루해변은 넓은 백사장에 해당화 군락지, 소나무 숲이 있어서 야영을 즐기기에 좋다. 때뿌루는 띠처럼 생긴 풀이 많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능동 자갈마당은 조약돌부터 호박크기만한 자갈까지 깔려 있다. 바로 앞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무인도 선미도가 자리 잡고 있다. 능동 자갈마당 한편에는 낙타가 앉아서 쉬는 듯한 모습의 커다란 낙타바위가 눈에 띈다.
이 밖에 볼거리로는 서포리 소나무숲이 있는 산책로가 있다. 소나무숲은 해안 사구에 형성돼 있는데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이 있어서 산림욕에 좋다.
소나무숲 입구에는 주민들이 만든 최분도(Benedict Zweber·1932~2001) 신부 공덕비가 있다. 최분도 신부는 덕적도 본당 설립과 주민 편의를 위한 종합병원 개원, 전력 공급, 간척사업 등을 도맡으면서 '덕적도의 슈바이처'로 불린 인물이다.
■ 금강산도 식후경 반건조 농어탕
덕적도에서 잡아 올린 우럭, 농어, 간자미 등을 반건조해 끓인 탕은 쫀득한 생선 식감에 개운한 국물이 조화를 이뤄 먹고 난 이후에도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센불에 오래도록 끓일수록 생선 감칠맛이 진하게 우러나온다. 내륙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음식으로 덕적도를 들르면 꼭 맛봐야 한다. 가을이 제철인 꽃게탕도 별미다.
덕적도는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9월 기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인천과 덕적을 오가는 배가 다닌다. 인천 주민은 배편 요금을 일반 요금에서 80% 할인받을 수 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