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품용, 온라인 판매 덜미
가짜 마트상품권, 현금화 적발
규모조차 몰라… 대응책 부재
"정부 차원 강제조치 등 필요"
서울 도심에서 최근 2억원대 규모의 5만원권 위조지폐가 사기범죄에 활용(9월19일자 7면 보도=위조화폐 4천장 찍어 가상화폐 바꾸려 한 일당)되는 등 통화 위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원화뿐 아니라 달러나 상품권 등 교환가치가 높은 지류를 활용한 범죄로도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외화나 상품권 위조 범죄의 경우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데다 이를 활용한 범죄를 차단할 화폐·금융 당국 차원의 이렇다할 예방 대응책도 보이지 않아, 국내에서 발생할 위험이 있는 대형 화폐 범죄를 막기 위한 관계 기관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9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김포에서 영화 소품용 100달러짜리 화폐 10만장(약 130억원)가량을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한 20대 A씨가 붙잡혔다. A씨에게 소품용 달러를 구매한 B씨의 가족 C씨는 가짜 달러인줄 모르고 이를 교환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가짜인 줄 알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 소품 달러를 들여온 A씨는 통화유사물제조 등 혐의로 검거됐다. 자칫 개인 간 거래로 이어졌다면 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뻔했다.
외화뿐 아니라 상품권 등 유가증권을 도구로 활용한 범죄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용인에서는 40대 D씨가 위조된 10만원권 대형마트 상품권 수백여장을 상품권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꾸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심지어 추가 범행 도중 적발된 D씨의 차 안에서는 위조상품권 수백장이 더 발견되기도 했다.
화폐 위조 관련 수사를 해온 한 경찰 관계자는 "통화위조 관련 범죄 발생 수는 사기 등 다른 범죄에 비하면 아직 크게 적은 수준"이라면서도 "범죄 화폐 유형이 다양해졌고, 상품권의 경우 화폐보다 모방이 쉽다는 이유로 (정품과) 가품을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면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조 외화·상품권 유통을 막거나 범죄를 예방할 금융당국 차원의 별다른 대책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 등에서 발견된 원화의 위조지폐량을 매년 수치화해 발표하지만, 외화와 상품권은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수사당국에서 적발한 원화도 통계에 포함하지 않아 '검은 위조지폐'의 행방을 쫓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원화 뿐 아니라 외화의 유가증권 위조 범죄 또한 위폐 발견율이 높은 기관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 등 통화 위조 수사조직의 강화와 함께 재원 투입을 통해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정부차원에서의 강제 조치, 권고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현·김지원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