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된 아들까지 세아이 데리고 나와"
지적장애인시설에 휠체어 탄 아들 사연도
인천시·공공기관 직원들도 '화합 달리기'
하프 김보건·노유연 10㎞ 김회묵·홍서린 1위
전국의 '러닝 크루'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달리며 도심 속 가을을 만끽했다. 2024 인천 송도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은 6일 오전 8시30분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정문 앞에 집결해 하프·10㎞·5㎞ 부문으로 나눠 송도의 '빌딩 숲' 속을 달리며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취미로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는 대회였다. 초보 수준을 벗어난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10㎞ 참가자가 절반 이상이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5천여명 많은 1만3천여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이번이 첫 마라톤대회라는 10㎞ 코스 참가자 진영서(24)씨는 "달리기를 시작한 지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0㎞에 도전했는데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달리기를 하면서 체중도 정말 많이 줄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많이 교류했다. 장점이 많다. 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3남매와 함께 참여한 김창영(43)씨는 "첫째 아이와 함께 지난해 송도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것이 좋은 추억이 됐다"며 "10개월 된 아들까지 세 아이를 데리고 두 번째로 달리게 됐다. 이번 대회가 아이들에게 달리기로 건강도 챙기고 자존감도 높이는 시간이 됐기를 바란다"고 했다.
몸의 작은 불편함은 달리기를 즐기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되지 못했다.
인천 부평구에 있는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예림원 입소자 10명은 인솔자 4명과 함께 5㎞ 코스에 참가했다. 예림원 마라톤 동호회 인솔교사 권대성(41)씨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2개월 전부터 매일 조금씩 달리며 연습했다"며 "입소자들도 달리기 자체를 즐기기 시작했고, 코스를 완주하고 나면 '뿌듯하다'는 생각을 많이 갖는 것 같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송도국제마라톤대회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강화중학교 1학년 안소진군은 아버지 안재중(42)씨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5㎞ 코스를 완주했다. 안군은 "코스를 지나는 동안은 너무 힘들지만, 끝나고 나면 정말 상쾌하고 재밌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재중씨는 "아이가 큰 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면서 의기소침해진 모습이 안타까워 마라톤을 시작했다"며 "예전처럼 달릴 수는 없지만, 도전정신을 갖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와 함께 달리고자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인천시와 공공기관 등에서도 이번 대회에 참가해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인천시 사회적경제과는 모든 직원이 이번 대회에 참여했다. 인천시 손혜영 사회적경제과장은 "공동체와 사람 중심의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출발해 움직일 수 있는 마라톤대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인천지역본부도 이번 대회 현장에서 '청렴·ESG 확산 캠페인'을 벌였다. 캠코 인천지역본부 정필상 본부장은 "인천에서 열리는 가장 큰 마라톤 대회에서 많은 참가자와 호흡하며 캠코의 다양한 활동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하프 코스에선 김보건이 1시간13분47초로 남자부문 정상에 올랐다. 2위는 최두영(1시간13분56초), 3위는 최영호(1시간15분43초)가 차지했다.
여자부문은 노유연이 1시간24분19초로 결승전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이어 박미영(1시간28분27초)과 송유경(1시간29분01초)이 뒤따라 들어왔다.→ 표참조
10㎞ 코스에선 김회묵이 31분33초를 기록하며 김관우(32분20초)와 김태권(32분21초)을 제치고 남자 부문 1위에 올랐다. 여자 부문은 홍서린이 36분57초로 우승했다. 송이슬(39분21초), 이선주(41분14초)가 그 뒤를 이었다.
/취재팀
※취재팀=김성호 차장, 박현주 기자(이상 인천본사 정치부), 김주엽 차장(인천본사 경제부), 백효은 기자(인천본사 사회부), 김용국 부장, 조재현 차장(이상 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