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인천섬으로·(2)] '장봉도'


영종도 삼목선착장서 뱃길 40분·승용차 승선도 가능 '매시간 운항'
'갯티길' 7개 트레킹 코스·'무장애숲길'… 공룡동굴 '인증샷' 명소
'가막머리 전망대'서 낙조 감상뒤 쫄깃한 상합 칼국수 미식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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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강구지 해안에 있는 쌍해식동굴(공룡동굴). 2024.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인천에서 서쪽으로 21㎞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섬, 옹진군 북도면 장봉도(長峰島).

'봉우리가 길게 늘어서 있다'는 섬 이름 그대로 장봉도는 국사봉(150m)을 중심으로 섬의 동쪽부터 서쪽까지 높고 낮은 산봉우리가 길게 이어져 있다.

장봉도는 접근성이 좋아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섬이다. 인천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뱃길로 약 40분이면 장봉도 옹암선착장(장봉바다역)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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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목선착장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10분까지 거의 매 시간마다 장봉도로 향하는 배가 한 척씩 뜬다. 승용차나 화물차도 승선이 가능한 데다 차를 실어도 푯값(편도)이 1만5천원 정도로 부담이 없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각 지역에서 장봉도를 많이 찾는 이유다.

지난 5일 인천시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에 참가한 인천시민 40여명과 함께 장봉도를 찾았다. 젊은 커플과 중장년 부부,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한 부모 등 다양한 유형의 참가자들이 섬 구석구석을 누비며 장봉도의 매력에 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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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장봉도 무장애숲길을 걷고 있다. 2024.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 트레킹 성지 장봉도


장봉도의 봉우리들은 약 6~7㎞ 가량 길게 연결돼있다. 장봉도에는 이 봉우리들을 중심으로 능선과 해안을 따라 7개의 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있다. 섬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2개의 코스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해안길이다.

아름다운 숲과 바다를 아우르며 섬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서해안 낙조가 더해진다면 그 풍경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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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가 장봉도 강구지 해안가에 있는 퇴적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장봉도에는 '갯티길'이 있다. 갯티는 밀물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드러나는 조간대(潮間帶)를 일컫는 말이다. 갯벌과 갯바위가 만나는 중간지점 모래갯벌을 두고 섬 주민들이 '갯티'라고 부르는데, 장봉도의 트레킹 코스들은 갯티길로 명명된다. 썰물 시간에 장봉도에서 해안트레킹을 한다면 섬과 바다의 경계를 타고 걷는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등산과 트레킹이 아니더라도 장봉도 숲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장봉도 말문고개 일원에 조성된 '무장애숲길'을 추천한다. 무장애숲길은 노인이나 어린이, 유아, 임산부 등 보행약자가 편하게 숲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데크길이다. 경사가 거의 없고 중간중간 쉬어가는 벤치도 있다. 숲속 한 가운데를 걸으면서도 일부 구간에선 섬 주변에 펼쳐진 해안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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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들어온 장봉도 옹암해변 전경. 2024.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 지질학부터 생태학까지… 해양자원의 보고 장봉도


장봉도 해안가에는 암석과 동굴, 갯벌의 다양한 생태계까지 볼거리가 풍부하다.

먼저 장봉도의 대표 해수욕장으로는 옹암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 서쪽 해안가에는 울창한 소나무 방풍림이 세워져 있는데, 주말에는 이 솔밭이 텐트로 가득 찰 만큼 캠핑족이 많이 찾는다. 옹암해수욕장 앞바다 갯벌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천혜의 놀이터다. 조개와 게, 고둥 등을 주워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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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한들해변(한들해수욕장)에서 한 시민이 여유롭게 갯벌을 바라보고 있다. 2024.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장봉도의 남쪽 해안가에는 한들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해변은 '한없이 한가롭다'는 의미로 한들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해수욕장 서쪽 해안가에는 오래된 해송군락지가 조성돼있어 여름철 피서를 오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해수욕장 동쪽 해안가에선 조개, 산호껍데기가 쌓여 생긴 암석인 석회암을 볼 수 있다. 학자들은 이 암석이 10억년 전에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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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지 해식동굴 이정표. 2024.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장봉도 강구지 해안가에선 최근 SNS 등에서 '인증샷' 명소가 된 쌍해식동굴(공룡동굴)을 볼 수 있다. 해식동굴은 해안가에서 파도에 의해 바위의 약한 지면이 부서지고 까이면서 만들어진 동굴이다. 장봉도 동그랑산 해안절벽에는 쌍해식동굴이 형성됐다. 동굴 내부에 들어가 바다 쪽을 바라보면 마치 '브라키오사우르스' 같은 형상이 보인다.

동굴 반대편에는 약 10억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장봉편암(변성암)이 있다. 절리와 단층 등 학창시절 과학 수업 시간에 들었던 지질 구조를 두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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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지 해식동굴을 보러 가는 길. 황금들판이 펼쳐져 있다. 2024.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에 참여한 최세람(23)씨는 "영종도에서만 23년을 살면서 매일 바다를 봤다. 같은 서해인데도 장봉도의 바다는 정말 신기하다고 느껴진다"며 "장봉도는 모든 자연 환경에 이야기가 있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식동굴과 돌개구멍 등을 직접 본 게 인상깊었고, 갯벌에 다양한 생물이 살아있는 점도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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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인어상. 2024.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 볼거리·먹거리 풍부한 장봉도


장봉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장봉도 인어상'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장봉도 인어상에는 장봉도의 한 전설이 담겨있다.

장봉도는 조선시대 3대 어장 중 하나였다. 한 어부가 그물에 걸린 인어를 발견했지만 눈빛이 한없이 애처로워 방생하고, 3일 후 어부가 같은 장소에서 그물을 내릴 때마다 물고기가 한가득 잡혔다는 전설이 있다. 인어의 보은을 기억하고,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게 바로 장봉도 인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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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옹암해변에서 갯벌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2024.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장봉도 서쪽의 가장 끝이자 갯티길의 회귀점인 '가막머리 전망대'도 장봉도를 대표하는 볼거리 중 하나다. 가막머리 전망대는 서해안 낙조 명소 가운데 하나다. 바다 건너 동만도·서만도를 넘어가는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상합과 소라, 바지락 등은 장봉도를 대표하는 해산물이다. 트레킹을 마친 후 장봉도 자연의 맛을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상합은 조개의 일종으로, 장봉도에서는 백합을 '상합'이라고 부른다. 장봉도는 상합의 국내 최대 생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장봉도의 상합은 모두 자연산으로 크기가 크고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상합이나 바지락은 칼국수, 소라는 비빔밥에 넣어 먹으면 일품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장봉도를 찾은 김진아(39)씨는 "섬이 크지 않아 아이와 함께 다니기 좋다. 배 멀미가 심해 섬을 잘 안 다니는데 장봉도는 거리가 가까워 부담없이 올 수 있었다"며 "단순히 경치를 구경하는 것 외에 조금씩만 이동해도 볼거리들이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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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무장애숲길에서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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