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추진… 현장엔 또다른 악재
2010년대 교육생 감소·코로나 위축
대한상의, 인천·부산·광주 등 고려
업계 인력난에 육성기관 문닫을땐
'기초 공업 기술발전 악영향' 우려
제조업 전문기능인 양성의 요람 역할을 했던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산업구조 고도화와 함께 교육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대한상의가 인천을 포함한 일부 지역 인력개발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상의는 현재 전국 7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인력개발원 가운데 인천인력개발원 등 일부 인력개발원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개발원은 기계·장비·전기전자·금속 등 제조업 현장의 전문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1994년부터 대한상의가 정부 예산과 회원사 회비 등으로 운영하는 직업전문학교로 출발했다. 제조 분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일정 점수 이상의 학점을 인정받으면 2년제 전문학사 학위도 취득할 수 있어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교육 수요가 많았다.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설립된 인천인력개발원도 2015년 기준 연간 1만5천명의 수료생을 배출하는 등 인천 제조업계 기능 인력의 요람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지난해 인천인력개발원의 교육 이수자는 600여 명에 머무는 등 10년 전과 비교해 급감했다. 인천지역 산업 구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고,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과 학령인구 감소 등이 맞물린 결과다.
인천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인천인력개발원이 세워졌던 1996년 당시 41.5%로 가장 높았지만 2020년에는 25%로 낮아지는 등 위상이 하락했다.
인천상의 관계자는 "상의 회원사들이 인력 채용을 진행할 때 인천인력개발원의 교육과정을 토대로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등 협력해왔다"며 "교육을 이수하면 취업이 보장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교육생이 감소하다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역할이 많이 위축됐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현재 인천, 부산, 광주인력개발원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 수요 감소에 따른 운영비 증가 등 더 이상 재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대한상의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산업구조 고도화를 고려해 직업훈련기관의 운영 체계는 바뀔 수 있으나, 지역 산업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인력개발원 자체를 정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인천시 노동시장 인력수급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인천의 생산·정비업종의 빈 일자리 비율은 24.1%로 숙박·음식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빈 일자리는 기업이 구인 활동을 했음에도 채용하지 못한 인원을 나타내는 지표다. 인천지역 생산·정비 관련 업체에 사람이 10명 필요하다고 가정했을 때, 실제 노동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은 7.6명에 머물렀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려운 업체 입장에선 직업훈련기관이 문을 닫는다는 건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경기인천기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인천인력개발원은 인천뿐 아니라 경기 안산·시흥·부천 등 수도권 서부지역의 제조업 인력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기관"이라며 "제조업계 인력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내국인 기능 인력을 육성할 기관이 사라지면 기초 공업 기술 발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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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