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생 감소에… 재정난 심화 원인
'어쩔 수 없다'식 축소, 취지 어긋나
자본논리 치우쳐 기능상실 비판도
"체질개선 불가피… 대책 마련 중"
대한상공회의소가 인천을 포함한 일부 지역의 인력개발원 정리에 나선 직접적 이유는 교육생 감소에 따른 재정난 심화에 있다. 교육생 감소는 산업구조에서의 비중 하락, 인력 수급 불일치(미스매치) 등 제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한상의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 산업구조와 기업 수요에 맞게 직업훈련을 제공해 온 인력개발원 본연의 역할을 무작정 축소하거나 없애는 것은 사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공공직업훈련 교육' 이어받은 대한상의…재정난에 인력개발원 정리 추진
대한상의는 1994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던 공동직업훈련원 8개를 이관받아 산업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인력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정부 협력 사업인 만큼 고용노동부로부터 매년 예산을 받아 직업 교육, 자격증 취득, 취업 연계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교육생 규모가 줄면서 제조업 실습을 위한 설비 유지 비용 부담이 커진 데 이어 고용노동부의 예산도 줄어들자 대한상의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비수도권 지역 인력개발원 매각을 추진했다.
2020년 충북·강원·전북 등 3개 인력개발원 매각을 시작할 당시 대한상의 당기순손실은 134억원에 달했다. 전북인력개발원의 경우 전라북도와 군산시가 2년간 인력개발원 자금 지원책을 마련해 폐원을 피했지만, 충북과 강원은 끝내 문을 닫았다. → 표 참조
■인천·부산·광주 등 존폐 기로…매각 순탄치 않아 비어있는 곳도
자산 매각을 통해 2022년에는 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다시 적자로 전환하자 대한상의는 인천·부산·광주인력개발원도 매각 리스트에 올렸다.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 관계자는 "학령인구와 국내 제조업 취업자 수가 줄었고, 한국폴리텍대학 등 직업훈련기관이 늘면서 인력개발원의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첨단 산업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인력개발원 위치를 각 지역의 도심으로 이전해 교육생 접근성을 높이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인력개발원의 경우 인천시와 현대자동차가 '수소하이테크센터' 건립을 위해 대한상의와 매각 논의를 진행하는 등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인천의 수소 생태계 확장에 인력개발원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부산과 광주는 매각 작업이 원활하지 않다. 부산의 경우 2022년 기존 부지의 매각 계약이 진행되자, 도심으로 옮겨 임차 형태로 인력개발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이 최종 단계에서 무산되면서 기존 건물·부지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있다. 광주도 매각 대상에 오른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자본논리에 밀려나는 기능인 양성…"설립 취지와 어긋나"
인력개발원 매각을 두고 자본논리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첨단 산업 관련 교육의 비율을 높일 필요는 있지만, 재정난 해소에만 매몰돼 뿌리산업 등 기초산업 교육 기능을 지나치게 줄이는 건 '공공 직업훈련 기관'이라는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현재 대한상의는 서울·경기인력개발원 등 교육생을 많이 모집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첨단 산업 교육을 늘리고 있다. 실습을 위한 넓은 공간과 대형 설비가 필요한 전통 제조업과 달리 첨단 산업 교육은 운영 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수강료는 비싸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를 대신해 기간산업의 직업훈련 양성을 도맡은 인력개발원이 적자 구조 개선에 치우쳐 기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공공연맹 노동부유관기관노조 대한상의인력개발지부 관계자는 "첨단 산업 교육은 급격히 늘리고 전통 제조업 교육은 인력개발원 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지역별 산업구조와 특성에 맞는 직업훈련을 통해 기업과 취업자를 연결하는 체계가 무너지면 제조업체들의 인력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