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특수' 누리는 서점가


'소년이 온다' 521배 '흰' 2072배 등
주요 온라인 서점 판매량 폭증해
한국 문학계서 독서 시너지 기대


광화문 교보문고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 한강의 국내 도서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10.13 /연합뉴스

한강의 대표 장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하루 만에 15만부 중쇄에 들어갔다.

그동안 해외 작품이 독점해오던 '노벨 특수'를 한국 문학이 가져오면서 '한국 문학 붐'이 일 거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출판사 문학동네 관계자는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강의 대표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원래도 판매가 잘 되는 작품이기는 하나, (노벨문학상인 만큼) 수상 발표 후 다음 날 15만부 중쇄에 들어갔다. 다만, '노벨상 에디션'은 아직은 계획에 없다"고 전했다. 문학동네는 국내에서 한강의 소설 작품을 가장 많이 출간한 곳이다.

통상 책을 출판할 때 많게는 1쇄에 3천부 가량을 찍는다. 15만부를 중쇄하는 건 단번에 50쇄를 돌파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수치다.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창비와 한강의 시집 등을 선보였던 문학과지성사 역시 바쁘게 추가 물량 공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는 판매량이 폭증했다. 알라딘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이후와 전일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소년이 온다' 521배, '채식주의자' 901배, '작별하지 않는다' 1천719배, '흰' 2천72배, '희랍어 시간' 1천235배 증가했다. 예스24와 교보문고 역시 비슷한 수치를 발표했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이른바 '노벨 특수'라고 부른다. 앞서 지난해 2023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작품이 수상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과 맞물린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사상 최초로 한국 작가인 한강이 수상한 덕에, 매해 해외 작가의 저서가 반짝인기를 얻던 '노벨 특수'를 한국 문학이 누리게 된 셈이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줄서서 구매하고 있다. 2024.10.11 /연합뉴스

출판계와 서점가가 분주해지면서 한국 문학계 전반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도 기대된다. 현재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스타 작가들이 하나둘 신작을 발표하는 중이다.

한국 문학의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김애란은 지난달 13년 만의 장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발표하는가 하면, 섬세한 문체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김금희는 지난 4일 장편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들고 독자를 찾았다. 간만에 서점에 방문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대작들이다.

한편, 이는 한국 문학의 소비층을 다양화하거나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화 할 기회로도 평가받는다. 그간 한국 문학은 3040세대 여성이 핵심 독자층으로서 소비를 견인해왔다. 하지만 이번 한강의 수상 이후 그의 저서 판매량은 전 연령층에 고르게 분포하는 등 일부 고무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노벨문학상이 세계 3대 문학상(노벨문학상·부커상·공쿠르상)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데다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 문학이 국내 시장을 넘어 'K-문학'으로 발판을 넓힐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김태선 문학평론가는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라 감동이 더 컸다. 독서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다른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는 등 파급 효과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이런 상황에서 번역가들의 처우가 개선된다면, 번역 분야도 더욱 활성화돼 한국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주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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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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