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확보 '부익부 빈익빈'


한강 책 구매 발걸음·문의 폭주
소규모 서점 유통 2순위로 밀려
"손님 돌려보내야해 씁쓸한 마음"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구매하고 있다. 2024.10.11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관련 도서 판매량이 급증(10월14일자 2면 보도=[경인 Pick] '한강 신드롬' 하루만에 15만부 중쇄 돌입)한 가운데, 대형서점은 발빠른 재고 확보를 통해 '한강 특수'를 이어가려는 분위기지만 지역서점은 재고 확보조차 어려움을 겪으며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14일 찾은 경기도 내 대형서점 곳곳에서는 '한강 신드롬'을 체감할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한강의 저서는 품절됐고, 그럼에도 책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발걸음과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성남시 분당구의 영풍문고는 지난 12일 서점 내 한강 코너를 마련했으나, 설치 1~2시간만에 모든 책이 팔려 바로 철수했다. 영풍문고 분당서현점 관계자는 "한강 도서가 언제 입고될지 몰라 예약도 못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지역 대형서점도 마찬가지다. 수원시 영통구의 교보문고 입구엔 '한강 작가의 도서가 일시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교보문고 광교점 관계자는 "한강 작품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예약 물량만 100여 권"이라고 전했다.

도서 구매 예약을 위해 방문한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한강의 두 작품을 예약한 김미자(79)씨는 "원래 한강 작가를 몰랐는데 노벨문학상 수상 뉴스를 본 뒤 책을 읽고 싶어져 왔다.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수원내 한 소규모 서점
10일 수원시 영통구내 한적한 지역 서점 내부. 2024.10.14 /김태강 수습기자 think@kyeongin.com

반면 지역의 소규모 서점의 경우 마찬가지로 한강 작품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언제 입고될지 모르는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지역서점의 경우 온라인 유통시장이나 대형서점을 먼저 거친 다음 물량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 자칫 '한강 특수'를 놓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성남시 중원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한강 작품 예약만 30명이 했고 오랜만에 서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늘긴 했지만, 지역서점에는 물량이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기약이 없다"며 "예약한 고객들 대부분 기다리다가 온라인이나 대형서점에서 책을 사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수원시 영통구의 한 서점 직원 정모(51)씨는 "한강 작가 덕분에 지역서점도 활기가 도는 것 같다"면서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물량이 없어 아쉽다. 이 분위기가 가라앉기 전에 지역서점에도 빨리 책이 입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지역서점의 경우 물량 확보를 위해 총판이나 도매 쪽으로 연락을 해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벨문학상 수상은 기쁜 소식이지만, 정작 지역서점들은 손님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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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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