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문화 개선 'WTA' 아시나요

2007년 창립 故 심재덕 '초대' 이재준 '현' 수장 맡아
66개국 기관·NGO 참여 개도국·재난지역 보급 앞장
부정적 사고 전환 교육·캠페인에 리더스포럼도 열어
라오스 옛 사원 '50번째' 건립으로 쾌적한 환경 조성
"전세계가 누려야 할 권리… 문화 확산 동참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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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이다.

아직도 전 세계 70억명 인구 중 절반이 넘는 36억명이 화장실 걱정을 하며 살아가고 있고, 화장실이 없어 노상배변을 일삼는 인구도 5억명에 이른다.

대변에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인구도 20억명에 달하며, 매일 700명 이상의 5세 미만 어린이가 안전하지 않은 물과 열악한 위생으로 인한 설사병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에 수원시는 지난 2007년부터 인류의 보건·위생을 향상시킨다는 목표 아래 인식의 전환을 통한 '깨끗한 화장실 문화'를 선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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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장실협회(WTA)가 라오스 비엔티안 왓시므앙 사원 내에 건립한 공중화장실 외부. /수원시 제공

■ 전 세계 화장실 문화 이끄는 WTA


세계화장실협회(WTA)는 지난 2007년 11월 창립된 국제 단위의 비영리단체다. 화장실이 부족하고 위생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공중화장실 설치를 지원하는 것이 협회의 핵심 사업이다.

출범 당시 고(故) 심재덕 수원시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세계 66개국 보건·위생 관련 정부기관과 NGO, 국제기구 등이 참여해 활동을 시작했다. 화장실이 인류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화장실 개선 사업의 필요성을 공유하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에는 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적 지위를 획득해 개발도상국 공중화장실을 비롯한 각종 재난지역 화장실 보급에도 뛰어들었다.

단순히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을 넘어 각 국가에서 자발적으로 공중화장실을 건축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표준 모델을 확립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공중화장실의 필요성을 인식해 자체적으로 확충·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현지 주민들에게는 공중화장실과 위생의 중요성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화장실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관련 교육과 캠페인 등을 꾸준히 진행, 전 세계적으로 화장실 문화의 중요성을 공론화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개발도상국 화장실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계 화장실 리더스포럼'을 총 9차례 진행하는 등 교육에 방점을 찍고 화장실이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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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장실협회(WTA)가 라오스 비엔티안 왓시므앙 사원 내에 건립한 공중화장실 내부. /수원시 제공

■ 라오스에 50번째 화장실 탄생


WTA는 지난 2008년 가나의 쿠마시 나이메니타운에 첫 공중화장실을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메룬, 케냐, 몽골, 캄보디아 등 19개 국가에 총 50개 화장실을 보급했다.

WTA 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준 수원시장을 비롯한 수원시 방문단은 지난달 23일 라오스 비엔티안 현지를 찾아 왓시므앙 사원 내 건립된 50번째 공중화장실 준공식에 참석했다.

왓시므앙 사원은 16세기에 건립돼 고대 인도차이나 문명의 유적을 포함하고 있으며 비엔티안 시민들의 중요한 종교 중심지로 자리잡았지만 제대로 된 화장실조차 갖추지 못했던 곳이었다.

이번 화장실 건립으로 남자화장실(대변기 3개, 세면대 2개, 소변기 4개), 여자화장실(대변기 3개, 세면대 2개), 장애인화장실(남녀공용 1개)을 갖춘 공간이 사원 내에 마련됐다. 이로써 WTA는 전 세계적으로 50번째이자 라오스에만 9번째 공중화장실을 보급하게 됐다.

준공식에는 이 시장과 수원시의회 채명기 도시환경위원장, 이희승 복지안전위원장을 비롯해 WTA 임·회원 및 사무국, 유관기업·기관 관계자, 라오스 정보문화관광부 폰말리 인타폼 관광개발국장 등 정부 관계자까지 8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500년 전 만들어진 아름다운 사원에 공중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라오스를 찾는 전 세계 관광객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라오스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준공식 이후 이 시장을 비롯한 수원시 방문단은 앞서 건립된 왓시사켓·탓루앙 사원 내 공중화장실도 둘러보며 관리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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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 건립을 기념해 지난달 23일 준공식이 열렸다. (왼쪽부터)비엥폰 케이쿤시 비엔티안시 관광국장, 폰말리 인타폼 라오스 정보문화관광부 관광개발국장, 이재준 수원시장, 채명기 수원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 2024.9.23 /수원시 제공

■ "인류의 권리, 지켜나갈 것"


지난해 5월 WTA 제6차 정기총회에서 제5대 회장으로 선출된 이재준 시장은 이번 라오스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시장은 "민선 1·2기 시장을 역임했던 고 심재덕 시장의 유지를 받들어 화장실 문화를 개선하는 데 많은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며 "아직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화장실 사용이 당연한 권리인지도 모른 채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각 나라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한다면 더 나은 화장실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지난달 23일 라오스 비엔티안 현지에서 개최된 WTA 제14차 정기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주재하며 지난해 사업 결과를 보고하고, 내년 사업 계획과 예산 등을 심의했다. 이튿날에는 다라니 폼마봉사 라오스 정보문화관광부 차관을 만나 지속적인 협력체계 구축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라오스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 덕분에 현재까지 라오스 9개소에 화장실 설치를 지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상생 관계를 구축하길 바라고 라오스가 문화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깨끗한 화장실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9회 국제화장실문화 콘퍼런스 개회식에서도 이 시장은 "전 세계에 깨끗한 화장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WTA가 함께할 것"이라며 "모든 인류가 누려야 할 권리인 깨끗한 화장실을 만드는 데 동참해 달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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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라오스 무엉탄비엔티안호텔 루앙프라방홀에서 세계화장실협회(WTA) 제14차 정기이사회와 2024 임시총회가 열렸다. 2024.9.23 /수원시 제공

비엔티안/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