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 형법과 달리 양형기준은 솜방망이
실제형량 낮아 누범기간 또 범행 3년형 그쳐… "현실화 필요"
위조지폐가 가상화폐 사기나 마약 범죄와 같은 신종 범죄에 동원되는 등 관련 범죄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화폐 위조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 2022년 6월 통화위조, 위조통화행사,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성남 소재 주거지에서 컬러 레이저 프린터기를 이용해 실물 크기의 원화 1만원권과 5천원권 위조지폐를 만든 뒤, 이를 버스요금으로 지급하고 거스름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앞서 지난 2021년 6월에도 서울 금천구의 한 사무실에서 5만원권 3장을 위조해 이를 인근 한 마사지업소에서 쓴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또 다른 마사지업소를 찾아 추가 범행을 시도하다 덜미를 잡혔다. 당시 수원지법은 통화위조, 위조통화행사,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B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형법에는 위조지폐를 제조하고 유통할 경우 무기징역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A씨와 B씨의 사례처럼 실형을 면하는 등 실제 처벌은 미약한 수준이다. 이는 국내 통화 범죄 관련 기본 양형기준이 1년6월에서 3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량의 통화를 장기간 반복적으로 위·변조하고 사회적으로 중대한 폐해를 야기할 경우 가중처벌 대상이 되지만, 이마저도 최고형은 6년으로 제한돼 있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량을 정하는 참고 기준이지만 기준을 이탈할 경우 판결문에 그 이유를 추가 기재해야 해 보통 양형기준 내에서 형량이 정해진다. 실제 이처럼 형량기준이 낮은 탓에 같은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러도 중형을 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 초 서울서부지법은 통화위조,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30대 C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C씨의 경우 4년 전 5만원권(55장)을 위조해 처벌받는 등 유사 범죄를 수차례 저지른 전력이 있는 데다 누범 기간 중 또 다시 범행에 나섰지만 처벌은 3년에 그쳤다.
법조계에서는 위폐 범죄가 헌법에서 규정한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칠 위험이 크고, 마약 등 강력범죄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기영(법무법인 한틀) 변호사는 "피해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형량이 낮다는 건 범죄자의 재범 위험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특히 범죄 대상이 고령이나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아 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과 사행성 도박 등 신종범죄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법정형 하한을 징역 3년으로 설정한 뒤 가중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형량 기준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