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빈집 정비 사례는
日 지자체, 빈집은행 플랫폼 운영
임차인 계약까지 가격 조율 도와
市, 빈집 사회적 문제 인식 공들여
대학 등과 협업 '빈집 신문' 발행도
폭우가 내리면 혹여 쓰러질까, 지역 주민들의 걱정을 한몸에 받던 조후시의 빈집이 한번에 뚝딱 토비바코로 재탄생한 것은 아니다.
토비바코는 빈집 소유주(임대인), 활용자(임차인), 프로그램 제공자 그리고 조후시까지 각 주체의 노력이 투입된 결과물이다. 빈집 소유주의 동의 하에 활용자는 빈집 리모델링을 시작했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제공자를 만나 토비바코는 지역의 놀이터로 거듭나게 됐다.
이 과정 속에서 조후시는 빈집 소유주와 활용자, 그리고 프로그램 제공자를 이어주는 연결다리로서의 역할을 맡았다.
■유연한 빈집 활용 가능성
토비바코가 재탄생될 때 처음부터 지역 주민을 위한, 특히 아이들을 위한 비영리 공간으로 계획되지는 않았다.
조후시는 '리노베이션 촉진 사업'으로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비용의 전액(50만엔 상한)을 지원한다. 지역사회의 문제로 지적되는 빈집을 정비해 활용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지역활성화라는 목적만 충족한다면 용도에 제한은 없다.
일단 조후시는 빈집을 활용할 수 있도록 소유주를 설득했고 임차인을 찾아 적절한 가격에 임대를 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임차를 하게 된 니시무라 부부는 처음엔 예술활동을 위한 아틀리에 혹은 주민을 위한 미술 전시공간으로 빈집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토비바코가 만들어지기 이전 조후시가 정비를 지원한 빈집에서 미술 프로그램 제공자로 일했던 경험 때문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빈집 활용을 두고 부부의 고민이 깊어지자 조후시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보자고 제안했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 빈집의 활용방안과 구체적인 방향성을 함께 의논하고 공유하는 작업을 거쳤다.
특히 마쓰바라 미키씨가 임시로 진행했던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이들이 토비바코에서 모이고 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부부는 이곳을 아이들을 위한 무료 공간으로 제공해야겠다고 결심했다.
■ 민간과의 협업
조후시 빈집 대책의 또다른 특징은 민간 전문가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빈집실태조사부터 빈집정비사업, 인식개선과 상담까지 일련의 대책에 민간의 역할이 포함돼있다.
토비바코 또한 쿄리츠여대의 건축·디자인학과 교수인 다카하시 다이스케씨, 건축사무소 대표이사인 스가와라 다이스케씨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설계된 공간이다.
조후시 빈집 담당자는 공공에서의 한계를 인정하고 민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빈집 대책에서 민간의 역할이 필요한 건 빈집이 상속이나 활용 방안 등 여러가지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민간 사업자와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 공공의 역할은 연결다리
일본에서 공공은 민간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게 이어붙여주는 '서포터' 역할이다.
토비바코의 경우도 조후시는 빈집 소유주를 찾아 연락하고, 빈집정비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임차인과의 계약이 성사되기까지의 가격 조율 등을 도왔다. 민간 사이의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또 빈집의 활용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을 때 함께 고민하며 활용처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데 중점을 뒀다.
일본의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빈집은행 플랫폼 또한 민간을 잇는 공공의 연결고리라고 볼 수 있다. 빈집 소유주가 빈집은행 플랫폼에 빈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빈집을 매입하고 싶은 수요자는 정보를 얻는다. 특히 조후시는 홈페이지에 빈집 활용 방안을 제시해놨는데 이를 보고 연락해온 빈집 소유주도 있다고 한다.
조후시가 앞으로의 빈집 대책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홍보와 인식개선이다. 빈집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있어야 정비사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후시 인근의 고마에시, 미타카시 등도 빈집 문제에 있어서 비슷한 상황이라 쿄리츠여대와 부동산 회사 등과도 협업해서 빈집 신문을 발행하려고 합니다. 토비바코 같은 사례를 소개해 주의를 환기하려는 목적이죠. 동시에 빈집을 어떻게 처리해야되는지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창구도 운영해 빈집정비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일본/공지영·이시은·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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