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규모로 유명한 ‘중국 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페어, CANTON FAIR)’ 박람회장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155만㎡에 이르는 방대한 전시장 규모도 놀랍지만 전 세계 44개국 2만8천533개사가 참가하는 매머드급 입점업체 부스에 210개국 25만여 명의 각국 바이어들이 전시장 곳곳을 누비는 광경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다.
개막 다음날인 지난 16일 박람회장내 부스와 부스를 연결하는 통로는 바이어들과 관람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고, 단 한 명의 바이어라도 더 끌어끌이기 위한 유치 경쟁이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특히 추계 캔톤페어 중 첫번째 시즌으로 19일까지 5일간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전기·전자업계와 기계, 설비 등의 업종으로 특화됐다.
국내업체들도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모집한 25개 업체를 비롯해 경기도, 킨텍스와 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부지역본부, 시흥산업진흥원이 공동 지원해 선발한 시흥메이드 10개 업체 등 총 35개사가 출품했다.
전시관 B관에 둥지를 튼 (주)고려기술은 2018년 설립후 5년만에 동종업계서 국내 유일의 조달우수업체로 급성장한 비금속 슬러지수집기 제조업체다. 올해 처음 시흥산업진흥원의 추천으로 베트남 박람회에 참가한 이후 코트라를 통해 독일 뮌휀 박람회 참가에 이어 세번째 국제 무대에 등장했다.
이 제품은 하수처리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를 분해하는 슬러지를 분해하는 장치로, 자전거 체인처럼 오래되면 느슨해져 잡아당기는 인장 강도가 약해지는 단점을 보완해 국내 처음으로 비금속 슬러지수집기를 개발, 기존 제품에 비해 3배 이상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박기운 대표는 “해외시장에 처음 눈을 돌린 이후 배트남 에이전시로부터 최근 1억3천만원 시범구매 첫 계약을 성사시킨데 이어 이번 박람회에서도 인도네시아와 중국 바이어들의 상담과 문의가 이어져 벅찬 기대감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때마침 이날 오전 강상욱 주 광저우 한국총영사가 박람회장을 방문해 박 대표 등 참가업체 부스를 돌며 환담을 나누고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국내 5대 발전사와 LG화학 등 굴지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주)프로발은 가스와 석유 등 열과 높은압력이 수반되는 관로와 관로를 연결해주는 파이프라인에 필수부품인 컨트롤밸브 제조업체로 국내 특허만 13종을 보유한 강소기업이다.
해외 박람회에 첫 출품한 이 업체는 기대이상의 반응에 자사제품의 국제경젱력에 스스로 놀라워했다. 노재승 상무는 “1983년 설립된 43년 업력의 중소기업이지만 그동안 내수에만 신경쓰다 해외시장에 조심스레 노크를 했다”며 “개막 첫날부터 UAE, 사우디아라비이, 두바이, 튀르키예 등 석유와 가스생산국 바이어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어리둥절했다”고 전했다.
2000년 창업해 2007년 법인 전환한 (주)원컨덕터는 초고압 전기케이블과 케이블을 연결하는 접속제 커넥터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미 대한전선과 LX산전 등 국내 굴지 대기업에 납품할 정도로 제품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지상현 대표는 이번 캔톤페어에 자신들이 개발한 TSID라는 인증프로그램과 키오스크를 접목해 명명한 T-오스크란 차별화된 제품을 들고 나와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다. 장애인과 건설현장, 의료, 금융업계에서 관리하고 있는 모든 종사자들에 대한 기존 개별 신분증과 ID,패스워드, 복지카드, 중대재해 안전지수 등을 하나로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다.
2022년 창업해 청년 강소기업으로 뜨고 있는 (주)JK테크놀로지는 김래현 대표가 한국공학대 박사과정때 논문주제로 연구한 LED기반 실내위치정보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사업을 시작했다.
모든 LED 조명 빛의 암페어를 달리해 대형 전시장 등 사람들이 운집하는 큰 공간에서 모바일 폰으로 LED에 비추면 자신의 위치와 동선을 실시간 알려주는 서비스로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력으로 시흥메이드 전시관에서는 참가업체 모두 각국 바이어들의 상담과 문의가 이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돼 ‘대한민국 강소기업’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시흥산업진흥원 홍성영 실장은 “캔톤페어 같은 대형 행사에 참가할 때마다 예산부족으로 강소기업 한 업체라도 더 같이 하지 못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며 “참가업체들의 선전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