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된 '오픈 팩토리'


공산품 생산 공장 개방 기업 홍보
지역 음식점 통해 식문화도 즐겨
행사 견학후 취직하는 사례 늘어

 

일본 니가타현 츠바메시에 위치한 '교쿠센도' 공방
지난 2일 오후 일본 니가타현 츠바메시에 위치한 '교쿠센도' 공방에서 한 장인이 쪼그려 앉아 망치질로 동판을 두드려 주전자 제품을 만들고 있다. 2024.10.2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지난 2일 오후 찾아간 일본 니가타현 츠바메시의 '교쿠센도' 공방은 망치로 동(구리)판 두드리는 것 말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66㎡(20평) 남짓 다다미방 곳곳의 뭉뚝해진 통나무의자에 쪼그려 앉은 장인 6명의 시선은 종일 손에 쥔 동판과 망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외 방 안에 놓인 쇠·나무 망치, 정 등 연장과 다른 도구들 모두 어느 하나 각지지 않고 깎이거나 무뎌져 이 공방 200년 역사의 세월을 보여주는 듯 했다.

고작 동판 한 장을 구부려 만든 주전자 값이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매겨진다는 얘길 듣고 처음엔 하나의 사치품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장인들의 작업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난 뒤 그 값어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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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일본 니가타현 츠바메시에 위치한 ‘교쿠센도’ 공방의 한쪽 선반에 완성품들이 놓여져 있고, 그 너머로 통나무의자에 앉은 장인들이 동판을 망치로 두드려 작업하는 모습. 2024.10.2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일본 니가타현 츠바메시에 위치한 동판제품 제조업체 ‘교쿠센도’ 공방
지난 2일 오후 일본 니가타현 츠바메시에 위치한 동판제품 제조업체 ‘교쿠센도’ 공방. 납작하게 펴진 동판부터 망치질로 인해 공정별로 두드려진 정도가 각기 다른 제품들이 놓여 있다. 2024.10.2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츠바메시 그리고 이웃 도시인 산조시에서는 이 같은 '오픈 팩토리'를 시민들과 해외 관광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츠바메산조 공장 제전(TsubameSanjo Koubano Saiten)'이 매년 열린다. 일상에 쓰이는 공산품들이 우리 지역 어느 공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고 느끼도록 공장들을 개방해 기업들을 홍보하고, 지역 음식점들을 통해 식문화도 즐길 수 있는 축제를 12년째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이달 3~6일 츠바메와 산조 지역 총 108개 공장이 축제의 장이 됐다. 방문객 수는 지난해 행사를 기준으로 2만9천명이며 그 전년도엔 3만3천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5만6천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몰렸을 만큼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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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젊은 청년들이 공장에서 일하고 싶도록 이끄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전날인 1일 방문한 츠바메시의 칼 제조업체 '토지로'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직원 130여명중 70여명은 20~30대 청년층이다. 이곳 공장도 한 번에 많은 제품을 주조 방식으로 양산하면서도, 2명의 장인이 단조법으로 모든 공정을 수제로 제작하는 전통도 지켜나가고 있다. 이 공정에서 2명 중 1명의 어린 장인이 수제과정을 수련하고 있기도 했다.

 

일본 니가타 츠바메 지역의 금속산업 기업들이 지역 기업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지도
과거 일본 니가타 츠바메 지역의 금속산업 기업들이 지역 기업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지도. /교쿠센도 제공

본 니가타 츠바메 지역의 금속산업 기업들이 자사 제품들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광고판
과거 일본 니가타 츠바메 지역의 금속산업 기업들이 자사 제품들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광고판. /교쿠센도 제공

 

이케다 타쿠미 토지로 갤러리 관계자는 "인근 고등학교와 협약을 통해 졸업생들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오픈 팩토리 견학 후 일하고 싶다며 취직한 청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츠바메산조관광협회에 따르면 이 축제는 예로부터 금속산업이 발달한 츠바메와 산조 지역이 침체되지 않도록 기업들이 스스로 마련한 지역 행사다. 산조시로부터 지원받던 한 기업의 제안으로 시작된 게 다른 기업들의 참가가 이어지고 이웃 도시인 츠바메시의 지원까지 가세하며 지금의 지역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일본 니가타현/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 KPF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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