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된 '오픈 팩토리'
공산품 생산 공장 개방 기업 홍보
지역 음식점 통해 식문화도 즐겨
행사 견학후 취직하는 사례 늘어
지난 2일 오후 찾아간 일본 니가타현 츠바메시의 '교쿠센도' 공방은 망치로 동(구리)판 두드리는 것 말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66㎡(20평) 남짓 다다미방 곳곳의 뭉뚝해진 통나무의자에 쪼그려 앉은 장인 6명의 시선은 종일 손에 쥔 동판과 망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외 방 안에 놓인 쇠·나무 망치, 정 등 연장과 다른 도구들 모두 어느 하나 각지지 않고 깎이거나 무뎌져 이 공방 200년 역사의 세월을 보여주는 듯 했다.
고작 동판 한 장을 구부려 만든 주전자 값이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매겨진다는 얘길 듣고 처음엔 하나의 사치품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장인들의 작업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난 뒤 그 값어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츠바메시 그리고 이웃 도시인 산조시에서는 이 같은 '오픈 팩토리'를 시민들과 해외 관광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츠바메산조 공장 제전(TsubameSanjo Koubano Saiten)'이 매년 열린다. 일상에 쓰이는 공산품들이 우리 지역 어느 공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고 느끼도록 공장들을 개방해 기업들을 홍보하고, 지역 음식점들을 통해 식문화도 즐길 수 있는 축제를 12년째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이달 3~6일 츠바메와 산조 지역 총 108개 공장이 축제의 장이 됐다. 방문객 수는 지난해 행사를 기준으로 2만9천명이며 그 전년도엔 3만3천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5만6천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몰렸을 만큼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그래프 참조
축제는 젊은 청년들이 공장에서 일하고 싶도록 이끄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전날인 1일 방문한 츠바메시의 칼 제조업체 '토지로'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직원 130여명중 70여명은 20~30대 청년층이다. 이곳 공장도 한 번에 많은 제품을 주조 방식으로 양산하면서도, 2명의 장인이 단조법으로 모든 공정을 수제로 제작하는 전통도 지켜나가고 있다. 이 공정에서 2명 중 1명의 어린 장인이 수제과정을 수련하고 있기도 했다.
이케다 타쿠미 토지로 갤러리 관계자는 "인근 고등학교와 협약을 통해 졸업생들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오픈 팩토리 견학 후 일하고 싶다며 취직한 청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츠바메산조관광협회에 따르면 이 축제는 예로부터 금속산업이 발달한 츠바메와 산조 지역이 침체되지 않도록 기업들이 스스로 마련한 지역 행사다. 산조시로부터 지원받던 한 기업의 제안으로 시작된 게 다른 기업들의 참가가 이어지고 이웃 도시인 츠바메시의 지원까지 가세하며 지금의 지역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일본 니가타현/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 KPF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