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시 지키는 방법
입주기업 출자금 등 단체 꾸려가
공유오피스·공용공간 '카페' 운영
벼룩시장·요리교실·음악공연 다채
일본 도쿄도 시나가와구의 '오사키 지구'는 원래 시커먼 연기굴뚝으로 빽빽한 노후 공장지대였다. 도쿄 주변의 수도권이지만 공장을 오가는 노동자들 외엔 유동·생활 인구가 적었다.
그런데 약 20년 전부터 도시가 변했다. 국가 정책에 따라 공장 대부분이 수도권 밖으로 옮겨지고 1985년 도쿄의 부도심 중 하나로 지정되며 개발이 시작된 뒤 2002년 도쿄 중심지와 이어지는 린카이선까지 개통돼 새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기만 내뿜던 공장들 대신 일본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소니(SONY)와 미쓰이부동산(三井不動産) 등 65개 기업이 입주한 고층 건물들로 멋들어지게 스카이 라인을 그려내는 신도시가 됐다. 하지만 오사키 지구가 더 집중한 건 이렇게 재생해 낸 도시를 어떻게 지속할지였다.
당초 도시 재생과 개발을 맡아 온 '오사키역 서부지구 지역개발협의회'가 '오사키 지구 매니지먼트(이하 단체)'로 2019년 바뀌어 설립된 게 기점이었다. 오사키역 주변의 '도시재생'이던 목표를 개발 완료와 동시에 '유지·관리'로 전환한 것이다. 65개 입주 기업 출자금과 시나가와구 보조금 등으로 운영되는 이 단체는 이곳 60만㎡ 내 공공 시설·공간·토지 등을 수탁받아 오사키 지구를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유지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실제 지난달 26일 방문한 오사키 지구 곳곳에서 하나로 연결된듯 나란히 서있던 건물들뿐 아니라, 서로 다른 건물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같은 커뮤니티나 공간에서 연결돼 살아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사키 지구 직장인들과 주민들의 공유오피스, 공용 공간 역할을 하는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커뮤니티 빌더 야구치 아키코, 아이지마 루나가 속한 민간 커뮤니티 업체 (주)와트가 그 연결다리 중 하나였다. 이들은 시나가와구와 단체의 제안을 받아 이 카페를 대신 운영한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수제품 판매와 벼룩시장, 바리스타 초청 커피 수업, 한국·인도 주방장 요리 교실, 라이브 밴드 음악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오사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이곳에 불러모아 하나의 커뮤니티로 연결하고 있었다.
이날 야구치 아키코 커뮤니티 빌더는 인터뷰에서 "원래 일반적인 마을회관으로 운영하려 했는데 그러면 특정 계층만 모일 것 같아 친숙한 카페 형태의 개방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며 "지금은 커뮤니티 빌더라는 하나의 모델로서 성공해 다른 지역이나 아파트 단지에서도 이런 방식의 운영을 부탁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도/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