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 지키는 방법
주변 건축물 높이 12m이하 조정
규제 완화하는 수원화성과 대조
일본엔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전만 해도 연간 7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은 지역이 있다. 일본 중서부의 한적한 도시 '가나자와'다.
이시카와현에 속한 가나자와시는 일본에서 몇 안 되게 지진이나 전쟁의 상흔이 없다. 그래서 17~19세기 에도시대 전통이 잘 보존돼 가나자와성과 겐로쿠엔 정원 등이 대표 관광지이지만, 여행지로서 인지도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직접 찾아가 보니 그럼에도 오랜 전통과 문화를 잘 지켜나가며 적지 않은 방문객들을 불러 모으는 비결을 찾아볼 수 있었다.
대표 관광지 말고도 지역 곳곳의 전통 건축물들을 보존지구로 지정해 둔 건 기본이다. 이외 작은 골목이나 수로, 논·밭, 광장이나 울타리 등 옛 전통이 남아있는 것이라면 뭐든 법과 조례(1968년 첫 관련 조례 제정 이후 지속)로 지켜나갔다. 지역 주민들의 관습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문화나 행사들도 마찬가지다.
건축물의 경관을 보호하는 데에도 우리나라와 상반된 모습이었다. 한국의 수원화성과 같은 성곽 주변 건축물에 가나자와시 역시 높이 제한을 뒀는데 규제 방향은 서로 달랐다.
시는 기존 31m 이하였던 가나자와성 주변 건축물의 높이 상한을 지난 2015년 20m 이하로 조정한 뒤 현재 12m 이하로 더 낮췄다. 1개 층고를 3m로 계산하면 최대 10층까지 건물을 짓게 하던 규제 상한을 4층으로 바꾼 것이다.
가나자와성과 달리 유네스코(UNESCO)의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 주변은 최근 오히려 건축 높이 상한이 완화됐다. 한국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수원화성 주변 200~500m 구간에서 구역별로 14~51m 높이까지만 건물을 건립하도록 했던 규제를 해제했다. 성곽에서 200m만 떨어져 있으면 수십 층짜리 고층 아파트를 얼마든지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30일 만난 가나자와시 역사도시추진과 관계자는 "성곽 경관을 볼 수 없게 가리는 높은 건물은 유산 가치 보전 측면에서 큰 문제"라며 "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주민들 사이 두텁게 형성돼 있고 시민단체도 활동 중이라 개발 수요에 대한 민원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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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시카와현/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