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가 사무실로


'팬데믹 기회' 강릉 워케이션 창시
양양 서핑 회사, 발리로 유급휴가
"로컬 창업 청년에 지자체 고민을"


강원 강릉 바닷가의 한 소나무 숲속 공간에서 더웨이브컴퍼니의 워케이션 서비스를 이용 중인 참여자들이 각자 근무를 보고 있다
강원 강릉 바닷가의 한 소나무 숲속 공간에서 더웨이브컴퍼니의 워케이션 서비스를 이용 중인 참여자들이 각자 근무를 보고 있다. /더웨이브컴퍼니 제공

한국도 경기도 밖에 나가보면 '로컬 콘텐츠'로 타지 사람들을 불러모아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중 강원 강릉과 양양을 '핫플'로 만든 최지백 더웨이브컴퍼니 대표와 박준규 서피비치 대표를 지난달 10일 만나 보니, 단순한 관광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로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강릉살자'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최지백 대표는 '워케이션(Work와 Vacation의 합성어)'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워케이션은 평소 여행지로만 꿈꾸던 장소에서 저녁과 주말엔 쉬고 평일 낮엔 근무할 수 있는 공간과 장비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금은 전국 곳곳의 지자체가 벤치마킹해 어디서든 접할 수 있지만 최 대표가 처음 추진한 2020년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원 강릉 바닷가의 한 호텔 일부 공간에 마련된 더웨이브컴퍼니의 워케이션 장소에서 사람들이 각자 근무를 하고 있다
강원 강릉 바닷가의 한 호텔 일부 공간에 마련된 더웨이브컴퍼니의 워케이션 장소에서 사람들이 각자 근무를 하고 있다. /더웨이브컴퍼니 제공

모든 업계를 궁지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최 대표는 기회로 삼았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손님이 끊긴 강릉 바닷가 호텔이나 시설들 내 빈 공간을 워케이션 장소로 활용했다"며 "호텔과 협의해 빈 객실이나 로비 일부 공간을 사용하고 그만큼 투숙객을 유치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을 받지 않는 동해 바닷가 소나무 숲속 등도 워케이션 장소가 됐다. 그렇게 시작된 워케이션 사업은 '일로오션'이란 이름으로 거듭나 '강릉살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강원 강릉 바닷가의 한 호텔 로비 한 쪽에 마련된 더웨이브컴퍼니의 워케이션(일로오션) 공간
강원 강릉 바닷가의 한 호텔 로비 한 쪽에 마련된 더웨이브컴퍼니의 워케이션(일로오션) 공간. /더웨이브컴퍼니 제공

강원 양양을 국내 최대 서핑 성지로 만든 박준규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피비치 회사 직원들이 '일하고 싶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모두 정규직인 20명의 직원에게 연중 두 달 간 유급휴가를 준다. 그중 한 달 동안은 인도네시아 발리에 체류하는 게 조건이다. 서핑에 최적화된 섬에서 자연스럽게 휴식과 함께 영감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지난달 10일 방문한 강원 양양군 서피비치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해변가를 거닐고 있다
지난달 10일 방문한 강원 양양군 서피비치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해변가를 거닐고 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서피비치가 생겨난 이후 주변에서 서퍼들은 물론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박 대표가 처음 서피비치를 연 2015년 인근 상권(하조대해수욕장 일대)에 각 20개와 3개였던 숙박업소와 식당은 지금 40개와 20개로 불어났고, 전무했던 서핑숍(강습소)도 10개나 생겨났다. 양양군 전체의 현재 서핑숍은 102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날 만난 박 대표는 "로컬에 창업하려는 청년들이 어떻게 돈을 벌게 해줄지 항상 고민하고 있고 지자체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잠재적 로컬 콘텐츠가 풍부한 지역마다 창업교육센터나 여행연구소 같은 걸 건립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원 강릉·양양/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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