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에도 여전한 빈틈
'경매 지연' '시설 관리' 해법 제외
사유재산 탓 개입 근거·형평 문제
'조세채권 안분 방식'은 쉽지 않아
道 "합리적 수준의 필수수리 지원"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여전히 피해 주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다음 달 시행을 앞둔 전세사기특별법 시행령 개정안마저도 당장 이들을 구제해 줄 수 있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피해 주택의 경매 절차를 가로막는 '쪼개기 담보 대출' 문제는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피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개정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다음 달 11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엔 전세사기 피해자의 인정 범위 확대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 및 피해자 주거 지원, 임대 보증금 손실 보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당장의 피해를 줄여주기엔 한계가 있는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피해자들이 제기한 피해주택 시설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건물주가 구속돼 누수 등 보강공사를 하기 어려운 건물의 세입자들은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연구 용역을 발주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적극적으로 보강공사에 뛰어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 주택이 사유 재산에 속하기 때문에 지자체 예산으로 이를 수리하는 것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거주자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시급하게 수리가 필요한 곳들을 위주로 합리적인 선에서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반복해서 지적된 '쪼개기 담보 대출' 로 인한 경매 지연에 대한 해결책은 시행령에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 건물주가 은행에서 대출받을 당시부터 이미 복수의 세대를 공동담보로 묶었기 때문에, 개인 간 계약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게 이유다.
일각에선 앞서 전세사기특별법에 포함된 '조세채권 안분'처럼 개별 주택별로 경매를 진행하는 방안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조세채권 안분이란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을 개별주택별로 분할해 조세 당국이 분리 환수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결국 개별 합의가 필요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담보 대출금을 분할할 경우 세대당 계약 금액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조세 채권처럼 일정 비율로 균등하게 나누긴 힘들다"며 "채권을 보유한 은행 등이 세대마다 이를 합의하는 과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