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소비유출' 증가… 상권 침체 리스크
유출률 37.8%, 전국 시·도중 2위
'지역경제 고질병' 코로나 후 더해
교통 인프라 개선 청라 악재 심화
"남동·연수, 북부권 연결망 시급"
인천지역 상권 침체는 지역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역외소비 유출'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등 서울로 향하는 교통망 확대로 인천 소비 유출이 더욱 늘어나 상권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인천 시민들이 다른 지역에서 소비한 금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역외소비 유출률'은 2022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37.8%를 기록했다. 역외소비 유출은 인천경제의 고질병으로 꼽혀 왔는데, 코로나19 유행으로 증가한 온라인 소비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인하대학교 소상공인경제생태계연구센터(소상공인센터)가 인천지역 삼성카드 결제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결제액 가운데 온라인 결제 비율은 2019년 0.2%에서 2023년 17.3%로 높아졌다. 의류와 화장품, 가전제품 등 인천지역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던 상품의 소비 패턴이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서울에 본사를 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인하대 소상공인센터 최효지 연구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 증대와 역외소비 유출 확산 등으로 인천 내 소비의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내 소비 창출이 추가 생산을 유도하고, 생산을 통한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인천과 서울 간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는 것도 인천 상권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천에서 상대적으로 타 지역 소비 유출이 적은 남동구와 연수구의 경우 GTX B노선이 들어서면 유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지역은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등이 있어 인천의 소비 유출을 막고, 경기 시흥과 안산 등 인접 지역의 소비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GTX B노선이 송도국제도시를 기점으로 인천시청역과 부평역을 거쳐 가면 이마저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김민우 과장은 "남동구와 연수구는 인천에서 서울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인데, 접근성이 개선될 경우 서울이 인천의 수요를 끌어들이는 '빨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인천 내 소비 활성화를 위해 남동구·연수구와 인천 북부권을 연결하는 교통망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미 역외소비 유출이 많은 지역에 속하는 서구 청라국제도시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서구는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역외소비 유출률이 2022년 기준 38.6%를 기록해 부평구(40.7%) 다음으로 높은 지역이다.
상권이 활성화되려면 다른 지역에서 꾸준한 소비 수요가 유입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상권이 침체한 상황이 이어지면 오히려 7호선을 따라 청라의 역외유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다.
인천대학교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이상헌 책임연구원은 "청라는 베드타운 기능에 머물러 있어 상권의 자기완결성이 부족하다"며 "병원, 교육시설, 소매시장 등의 요소가 갖춰져야 소비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내부에서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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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수기자·송윤지수습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