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인천 꽃게 ‘수난시대’입니다. 지난해 다리 없는 꽃게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었는데, 올해는 알이 가득 찬 꽃게를 찾기가 어려워 인천지역 어민과 어시장 상인들의 표정이 어둡기 때문이죠. 그물 한가득 걸려 올라오는 꽃게 개체는 작년보다 많아졌지만, 막상 뜯어보면 살이 덜 차 있어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알 밴 꽃게’ 찾기 힘들어지자 어시장 상인들 ‘노심초사’
‘봄어기’인 4~6월은 인천 앞바다에서 알을 가득 품은 암꽃게가 많이 잡히는 시기입니다. 꽃게의 산란기는 5월 말부터 시작해 9월까지 이어지는데, 알을 낳기 직전인 암꽃게는 인천 연안부두와 소래포구에서 상품성이 좋기로 유명하죠. 서해 5도의 금어기(어류의 번식과 보호를 위해 고기잡이를 금지하는 기간)가 7월1일~8월31일이기에 알을 밴 꽃게를 맛보기 가장 좋은 시기는 매년 이맘때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릅니다. 알을 품은 꽃게도, 살이 오른 꽃게도 예년보다 줄어든 탓에 제값을 주고 팔만한 꽃게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보다 늘었는데,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꽃게는 많지 않으니 어민도 상인도 마음이 편치 않죠. 안광균 소래포구전통어시장 상인회장은 “꽃게의 품질이 좋아야 시장 상인들도 제값에 팔 수 있는데, 공판장에 들어오는 꽃게 품질이 예년에 비해 좋지 않다”며 “이미 죽은 상태로 시장에 들어오는 꽃게도 있어 잘못 판매하는 일이 없도록 상인들이 매일 장사 전에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년보다 많이 내린 비·충분한 먹이…꽃게 성장에 유리했던 지난해 가을
꽃게의 어획량 예측은 매년 가을에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꽃게의 산란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총 11가지라고 하는데요. 전년도 가을 어획량, 월동기(12~2월) 수온, 산란기 표층 수온·강수량 등 환경적인 요소가 중요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여기에 꽃게의 주 먹이인 플랑크톤이 산란기 서해 어장에 얼마나 많이 증가했는지도 중요한 변수인데, 플랑크톤이 늘어나려면 비가 많이 내려서 영양염이 바다로 충분히 공급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난해 가을 인천을 비롯한 서해 앞바다의 환경은 어땠을까요? 지난해 5~12월 서해의 강수량은 1만2천466㎜를 기록해 평년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꽃게가 플랑크톤을 포식하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된 셈인데요.
같은 기간 서해의 수온도 예년보다 온난해 꽃게가 자라기에 유리한 환경이었다는 게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의 분석입니다. 서해수산연구소는 이러한 여러 조건을 종합해본 결과 올봄 서해의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죠. 현재까지 구체적인 꽃게 어획량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경매장에 들어오는 꽃게의 물량은 예년보다 다소 늘었다는 게 인천수협 측의 설명입니다.
■꽃게가 자라기엔 추웠던 서해 바닷속…수온 외 요인도 파악해야
작년 가을 꽃게가 자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음에도 발육이 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꽃게가 바닷속에서 생활하는 특성과 관련이 있는데요. 꽃게는 주로 바다의 바닥에서 알을 깨고 나와 먹이를 먹으며 성장한 다음, 껍질을 한번 벗고 좀 더 단단한 새 껍데기를 두른 채 표면으로 올라옵니다.
따라서 서해의 표층(표면) 수온만큼이나 저층(바닥) 수온도 중요한데,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해의 저층 수온은 평년보다 1~2도가량 낮았습니다. 수온이 알맞게 따뜻해져야 꽃게가 새 껍데기를 만들 수 있는데, 수온이 차가운 상황에서 헌 껍데기를 벗으니 잘 자라기가 그만큼 어려웠던 것이죠. 한창 따뜻해야 할 봄에 이상 기후로 날씨가 쌀쌀해지면 감기 환자가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꽃게의 성장 부진이 저층 수온과 표층 수온의 차이만으로 나타난 문제인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서해수산연구소 이수정 연구사는 “올해 서해 5도의 어민들로부터 꽃게가 잘 여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다”며 “수온 차이 이외에 꽃게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없는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