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일본어 점자만 있던 시절
6점식 점자 훈맹정음 완성해 배포
강화군 출신… 지역 곳곳 송암 기억
한글 점자 ‘훈맹정음’(訓盲正音)을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을 아시나요?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은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으로 불립니다. 맹학교 교사였던 그가 1926년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제자들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6점식 점자 훈맹정음을 완성했기 때문인데요. 한글말살정책을 펼쳤던 일제강점기 당시 시각장애인들은 일본어 점자를 사용해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두성 선생이 한글 점자를 반포한 11월 4일을 오늘날 ‘점자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박두성 선생은 한글 체계를 그대로 따와 점자를 만들었습니다. 훈맹정음은 6개 점을 조합해 초성 자음 13자, 받침 자음 14자, 모음 21자와 자주 사용하는 글자를 나타내는 약자 15자, 점을 찍지 않은 빈칸 등 총 64개로 구성됐습니다. 점형 64개만 알면 시각장애인도 한글로 쓰인 모든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글자는 지난 2020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박두성 선생은 인천 강화군 출신입니다. 강화군 교동면 상용리에는 그의 생가가 남아 있습니다. 인천시는 이곳을 역사공원으로 조성했습니다. 인천 중구 율목어린이공원에는 박두성 선생의 기념비가 세워졌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에는 박두성 선생의 호를 딴 송암점자도서관도 운영 중입니다. 이곳엔 박두성 선생의 발자취를 기록해 놓은 기념관도 자리해 있는데요. 박두성 선생의 유품과 국가등록문화유산인 ‘한글점자 훈맹정음 설명서’와 한글 점자 타자기 등 관련 유물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송암점자도서관에선 ‘박두성 할아버지를 소개해요’ 등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박두성 선생이 1963년 8월25일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61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송암점자도서관은 23일~24일 송암점자도서관 내 기념관, 율목어린이공원, 박두성 선생 생가 등에서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기념관에서는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대한 문화 해설이 진행됐습니다. 기념비가 설치된 인천 중구 율동어린이공원에선 추모식이 거행됐습니다. 추모식에는 박두성 선생의 유가족, 김정헌 중구청장, 송암점자도서관 관계자 등이 참석해 박두성 선생의 업적을 기렸습니다.
시각장애인인 박수아 송암점자도서관 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송암 박두성 선생은 시각장애인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그의 생애를 기억하며 ‘애맹사상’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가 됐습니다. 문화유산인 ‘훈맹정음’을 널리 알리면 시민들에게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