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 급증한 국비 지원… 현 정부 출범 후 축소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화폐로 불립니다. 한국은행은 ‘화폐’가 아닌 ‘상품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주민들은 지역화폐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사용처가 광범위해져 현금·신용카드와 같은 결제수단으로 자리잡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정부는 지역화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해 그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말한다.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지역자치단체가 발행하고 관리한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보통 시·군별로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사행성 업소를 제외한 전통시장이나 영세상점 등으로 그 사용처가 제한된다. 지역화폐는 지자체에 따라 일정 비율의 캐시백 또는 할인율을 제공받을 수 있다.” -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
2018~2024년 연도별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 예산 / 출처: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지역사랑상품권은 1996년 충북 괴산군에서 처음 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괴산군은 지역 내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공무원 중 희망자에 한해 월급의 일부를 이 상품권으로로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전국 지자체는 속속 지역사랑상품권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현재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91곳이 발행, 유통합니다.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은 2018년 처음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민 기간 정부는 민생 회복 대책의 일환으로 국비 지원을 확대했고 2021년에는 그 규모가 1조3천억원을 넘었습니다.
2021~2024년 연도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국회 심의 결과 / 출처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정부예산안에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정 금액이 증액됐지만 3~4년 전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국비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을 변경, 축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역화폐로 통용된 지역사랑상품권의 혜택은 이전보다 줄었고, 시민 불만은 커졌습니다.
■“발행 규모 21조원, 졸속 날치기 처리하면 되는가”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지역사랑상품권법은 국가의 재정 지원을 ‘재량’이 아닌 ‘의무’로 개정했습니다. 또 행정안전부 각 지자체로부터 지역사랑상품권 보조금 예산을 신청받아 예산요구서에 반영하도록 명시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0건의 법률안을 통합해 마련한 대안 제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대한 국비 보조는 2018년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원을 위해 시범적으로 실시된 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규모가 크게 증가하였으나, 2023년부터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감액되었으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증액이 되었음에도 최종 예산 규모가 감소하여 지역사랑상품권의 활성화에 제약이 있는 실정임. 이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고, 매년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국비 보조 예산을 신청받아 이를 행정안전부 예산요구서에 반영하도록 하는 등 지역사랑상품권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임.”
지난 5일 행안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중심으로 반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페) 사업 자체의 효용이 낮다는 의견보다는, ‘민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패키지법’ ‘이재명 하명법’이란 비판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 법안에서 정쟁의 요소를 거둬내고 여야가 숙의를 이어왔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인 배준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의원의 반대 의견 중 귀담아 들을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을 보십시오. 지금 총 발행 규모가 2023년도에는 21조원입니다. 이런 규모에 달하는 논의를 저희가 하게 될 텐데 그렇게 10분, 15분도 논의 안 하고 그것을 소위에서 졸속 날치기 처리하는 게 과연 우리가 국회의원으로서 정말 직무를 충실히 하고 있느냐...”
■인천이음카드와 지역사랑상품권법, 어떻게 봐야 하나
전국 지역사랑상품권 중 활성화 사례로 꼽히는 게 인천이음카드입니다. 인천시민 10명 중 8명이 가입했을 정도로 이용률이 높은 지역화폐입니다. 2018년 이후 누적결제액은 약 18조원입니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인천지역에서는 이음카드 국비지원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국비 지원이 줄어들수록 인천시 예산 부담이 커지면서 이음카드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음카드 혜택 축소는 시민 불만을 유발하면서 소상공인 업체 매출에도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천시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인천지역 주요 정당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고물가, 내수 침체 ‘이중고’ 속에 시민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역사랑상품권법 시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야당이 당론으로 내건 지역사랑상품권법을 ‘정쟁 법안’으로 반대할 게 아니라 민생 안정이라는 궁극적인 입법 취지를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민주당 고남석 인천시당 위원장은 민선 7기 연수구청장 재임 당시를 언급하면서 “코로나19 시기 적극적으로 지역화폐(이음카드)를 도입한 결과 가맹업체들은 다른 지역, 동일 업종과 비교해 매출이 크게 줄지 않고 유지되는 효과를 거뒀다”며 “지역화폐는 내수 소비증진으로 재정선순환을 구축하고 민생 안정을 도모하는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이음카드 발행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이음카드가 인천시민의 역외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낸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로 판단하며 이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음카드 예산 반영 방식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이견을 보였습니다.
국민의힘 손범규 인천시당 위원장은 “지역사랑 상품권을 운영하는 것은 지방자치 사무다. 어려움이 있다면 인천시가 주도적으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정부의 예산편성 권한을 침해하면서 입법을 통해 정부 지원을 강제화하는 지금과 같은 민주당의 방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에게도 지역사랑상품권법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인천시 강성옥 대변인은 “인천시는 아직 해당 법안이 인천에 미치는 재정적 영향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