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이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등의 기관에 대한 종합감사가 열리는 현장에서 한 주민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제발 소음을 멈추게 해달라”며 흐느꼈습니다. 이 주민은 다름 아닌 3개월이 넘도록 북한의 소음공격에 시달리는 강화군 송해면 주민 안미희(38)씨 입니다. 안씨는 강화에서 초등학생 1학년과 3학년 두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는 이웃 주민과 함께 국정감사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이날 이후 무릎을 꿇은 안씨의 모습이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고 그의 인터뷰 기사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 안씨의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소음은 계속되고 있고 고통스러운 일상 또한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국회에 다녀오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게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없었다”면서 “절망만 실컷 안고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안씨는 “그날 국회에서 무릎을 꿇던 순간, 소음이 멈추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안씨에게는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1학년 딸아이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해 피곤한 탓인지 구내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3학년 아들도 새벽 3~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있는 날이 많다고 합니다. “힘들어요. 무서워요. 잠을 못 자겠어요.”라며 채근하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속상한 일입니다. 안씨는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답을 줘야 한다”며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방위원들에게 도와달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는 것 뿐입니다.
안씨와 함께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웃 주민 허옥경씨는 “주민들은 북한 소음을 안 듣고 살고 싶은 것이다. 보상을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여·야가 전쟁을 중단하고 주민들 고통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안씨와 허씨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하게 된 것은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부평구을 국회의원의 역할이 컸습니다. 박 의원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에게 “국방부가 주민들을 위해 작은 것부터 챙겼으면 좋겠다. 국방부가 우리 국민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최전방 주민에게 드려야 하지 않겠냐”면서 “주민 의견을 잘 청취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강화군이 이달 1일부터 강화군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전단 등을 북으로 보내는 이들의 출입 통제와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전격 발동했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전단과 ‘쌀페트병’ 등의 북송을 금지하고, 대북방송도 중단할 것을 지속 요구해왔습니다. 지난 1일 실제로 쌀페트병을 보내려던 탈북민 단체가 강화군의 만류로 북송을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측의 대북방송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대북방송을 강화도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강화군 접경지역 주민들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시는 강화도 주민들이 국정감사장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일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