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갯벌, 바다와 육지 그 사이
국내 갯벌 면적 중 도내 비중, 1987년 36.8% → 2023년 6.0%
1천여종 생물 공존하는 생명의 들판… 철새 서식지 '세계유산' 지정
시화지구 등 대형 개발로 소실… 갯벌 상부 없어진 기형적 모습으로
"갯벌은 육지에 가장 가까운 바다이자 한편으로는 육지이다. 이러한 특수한 지형, 땅과 바다를 가르는 곳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경기만의 갯벌' 중)
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1천여 종의 생물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 갯벌은 바다와 육지 그 사이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의 들판이다.
한국의 갯벌은 대체 불가능한 철새의 서식지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와 함께 기후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오늘날 '블루카본'의 역할을 하는 갯벌의 환경적 가치는 재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 갯벌은 시화지구 등 대형 개발사업으로 많이 소실된 상태다. 이는 5년마다 진행되는 해양수산부의 '갯벌면적조사'를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화성·안산·평택·시흥·김포 등 경기도의 갯벌은 1987년 1천179.6 ㎢였다가 1998년 153.5㎢로 크게 줄었다. 2003년 177.8㎢로 다소 늘었지만 이후 꾸준히 면적이 줄어들며 2018년 167.7㎢, 2023년에는 147.4㎢로 조사됐다. 1987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갯벌 면적 가운데 36.8%의 비중을 가졌던 경기도의 갯벌은 2023년 단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를 두고 해양수산부는 지역별로 수행된 갯벌 매립사업과 같은 인위적 요인이 갯벌 면적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유독 많은 개발 이슈로 사라져 간 경기도의 갯벌은 다른 지역 갯벌과 다른 특징을 갖게 됐는데, 갯벌을 이루는 상부·중부·하부의 구조에서 상부가 없어진 기형적 모습을 하고 있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에 따르면 환경과 기후 변화로 바지락과 가무락, 굴 등 주요 조개류의 생산량도 2000년대 초반 약 1만3천t에서 2021년 약 1천800t으로 86% 이상 감소했다. 어가 인구의 감소로 어촌의 소멸도 우려되고 있다. 경기도의 어가 인구는 2014년 2천300명에서 2023년 1천300명으로 줄었다.
반면 갯벌 자체로만 연간 이산화탄소 26만t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어촌계를 중심으로 현재 10개의 어촌 체험 마을을 운영하며 연간 약 45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적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갯벌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어땠을까. 그간 갯벌은 쓸모없는 땅으로 여기던 시대를 지나 환경 보존과 개발이라는 단편적 인식이 크게 자리 잡아왔다. 이는 갯벌의 가치와 중요성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다학제 연구 콜렉티브인 '갯벌랩'의 김금화 큐레이터는 "갯벌은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혼종적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탈인간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고, 환경 위기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연대와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대안적 공간이 바로 갯벌이라는 것이다.
김 큐레이터는 "갯벌을 이해하려면 단순한 생태적 접근을 넘어 법적·경제적·문화적 시각이 결합된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는 갯벌의 복합성을 보다 명확히 해석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갯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경기도,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갯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가 왔다.
→ 관련기사 (사람 의지와 관계 갯벌… '전통-지속가능성' 조화 방법 찾아야)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