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갯벌, 바다와 육지 그 사이


갯벌 다층적 다룬 '국제심포지엄'
건축·조경·과학·예술 등 분야 관찰
'원형 그대로' 가치 인식 과정 필요

3일 오전 람사르습지(독특한 생태적 특성으로 보전가치를 인정받은 습지)로 지정된 안산시 대부도 고래뿌리갯벌이 뻗어나가는 뿌리의 형상을 하고 있다.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고 철새 서식지의 기능을 하는 갯벌은 그 가치와 중요성을 가늠할 수조차 없지만, 경기도내 갯벌의 면적은 잇따른 개발사업 등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대자연의 보고' 갯벌 보존을 위해 갯벌의 생태적 특성뿐 아니라 경제·문화 등 복합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할 때다. 3일 오전 람사르습지(독특한 생태적 특성으로 보전가치를 인정받은 습지)로 지정된 안산시 대부도 고래뿌리갯벌이 뻗어나가는 뿌리의 형상을 하고 있다. 2024.1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갯벌은 단순한 바다 육지의 경계나 가장자리 공간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 '혼종의 풍경: 갯벌'은 유연하고 변화무쌍한 갯벌을 다층적으로 다루며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갯벌을 대하는 새로운 자세와 시각을 제시한 이번 심포지엄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 어촌과 도시가 균형 있게 공존할 수 있도록 건축·조경·과학·예술·인문학 등 여러 분야로 갯벌을 들여다봤다.

1980년대 초부터 갯벌 연구를 시작해 온 우리나라는 갯벌이 가진 특수한 환경들로 조사에 한계가 있었고, 그로 인한 오류나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들도 상당했다.

이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자들은 드론과 인공지능(AI)을 활용, 갯벌에 들어가 채집하지 않아도 저서동물이 사는 위치와 개체 수, 양을 파악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여전히 인간에겐 미지의 공간인 갯벌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그에 알맞은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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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심포지엄 ‘혼종의 풍경 : 갯벌’ 질의응답 모습. /경기창작센터 제공
 

구본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곳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드론을 보내서 찍을 수 있다면 어디에 있는 갯벌이든 그곳의 환경을 알아낼 수 있다"며 "생물의 견지에서 보면 모든 정보가 지금보다 많이 쌓일 수 있고, 그러한 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아질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갯벌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받는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다양한 메시지를 던진다.

설치·조각·비디오·공공적 개입 등의 활동을 통해 조각 매체의 범주를 확장하고 실험해 온 정소영 작가는 항상 존재하고 있던 갯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를 떠올리며 작업했다. 정 작가에게 갯벌은 자연 일부로 존재하는 인간, 시간을 주고받는 관계에 대한 태도, 서로 담고 포용하는 관계성을 고찰하는 또 하나의 언어였다.

특정 장소를 반영한 건축적 설치물과 비디오,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해 온 쿠킹섹션즈가 지난 2015년부터 스카이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역시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준다. 스카이섬의 바다는 연어 양식을 하며 오염됐고, 쿠킹섹션즈는 주민들과 이 문제를 논의해 연어 양식에서 벗어나 섬의 조간대를 활용한 양식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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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7월 시화호와 시화방조제 모습. /경인일보 아카이브

 

이들은 해조류를 채취하고 해산물을 수확하며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와 조간대의 상상력을 재연결 시켰다. 이는 만조엔 해조류가 자라고 간조엔 식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종테이블로 구현되기도 하고, 지역 레스토랑의 메뉴를 특성화시켰으며, 학교 워크숍, 다음 세대 요리사들의 훈련, 더 나아가 버려지는 조개 껍데기를 건축의 외장재로 만들어내는 노력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갯벌이자 뛰어난 환경적 가치를 지닌 '바덴 해' 역시 여러 환경 문제와 경제적·사회적 이기에 직면하며 영구 보존과 변형의 가치 사이에 놓여있다.

라우라 치프리아나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바덴 해 지역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경관 설계 프로젝트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라우라 교수는 "조경가로서 자연이 우리와 함께 디자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도의 다니던 길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며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낀다는 심포지엄 현장에서의 질문은 2070년에는 물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방향으로 지역을 설계해야 할지 모른다는 그의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이와 함께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서해 어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그들이 갯벌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에 의존해 살아가는지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펼쳐낸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의 발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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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경기도의 한 갯벌. /경인일보 아카이브
 

갯벌이 변화하는 것은 사람들의 의지와 관계있다. 생명성과 생업, 자연의 가치가 매몰된 채 진행된 크고 작은 매립과 간척은 여전히 땅을 넓히고자 하는 사람의 이기와 맞물린다. 결국 비워져 있지만 비워지지 않은 공간을 인식하고, 원형 그대로 있는 것들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며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관심 갖고 역할 해 나가며 인식을 바꿔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갯벌랩의 김금화 큐레이터는 "갯벌의 가치를 보존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찰과 다학제적 소통이 필요하며, 이러한 협력을 통해 한국 고유의 문화적·자연적 가치를 지키고자 한다"며 "나아가 혼종적 풍경의 갯벌이 젊은 세대에게도 지속해서 소통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전통과 지속 가능성의 조화를 이루는 방법들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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