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점자 콘텐츠 보급 환경, 국내와 차이는


MTM, 외국인 등 언어 어려움 전반 대응
"점자, 평등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
디지털 14만권 "더 빠른 점역 기술 개발"

스웨덴 말뫼 MTM 사무실에서 촉각 특수 제품 담당 교육자 카틴카 그룬디츠
지난달 16일 스웨덴 말뫼 MTM 사무실에서 촉각 특수 제품 담당 교육자 카틴카 그룬디츠(Catinka Grunditz)가 점자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10.16 스웨덴 말뫼/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중요한 정보를 읽게 한다'. 스웨덴 정부 문화부 산하기관으로 점자 콘텐츠를 제작·보급하는 MTM(Myndigheten For Tillgangliga Medier)의 정책 목표다.

시청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스웨덴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등 읽는 것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대체 콘텐츠 전반을 담당하는 곳이다.

스웨덴 시각장애인들은 문학 서적, 대학 교재 등 원하는 책이 있다면 MTM에 신청해 점자 도서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점자 크기와 간격 등 시각장애인 요구대로 맞춤형 제작이 이뤄진다.

MTM에서 점자 책 제작을 담당하는 말린 쇠블롬 블락(Malin Sjoblom Vrak)은 "매년 수요에 대비해 일반 도서를 미리 점자 책으로 변환해 둔다"며 "점자 책은 시각장애인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스웨덴은 시각장애인의 읽고 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점자 책 제작과 배포를 정부가 온전히 맡아 책임진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말뫼 MTM 사무실에서 촉각 특수 제품 담당 교육자 카틴카 그룬디츠
지난달 16일 스웨덴 말뫼 MTM 사무실에서 촉각 특수 제품 담당 교육자 카틴카 그룬디츠(Catinka Grunditz)가 점자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10.16/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MTM은 매년 750여권을 점자 책으로 제작한다. 시각장애인의 요청이 없어도 내부 회의를 통해 신간 도서 중 점자로 바꿀 책을 정한다. 이 기관이 운영 중인 레거무스(Legimus) 전자도서관에는 디지털 파일 형태로 된 점자 책이 올해 10월 기준 14만여 권 등록돼 있다. 이 외에도 시각장애인이 읽고 싶은 서적은 모두 점자 책으로 제작될 수 있다. 대학 교재는 점자정보단말기로 읽을 수 있도록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제공된다.

우리나라도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책 제작·보급 기관인 지역 점자도서관에 희망 도서를 신청해 점역(점자로 번역)된 책을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스웨덴처럼 정부 주도로 점자 도서가 제작되진 않는다. 점자 책으로 전환되는 규모도 우리나라는 미비하다. 출판업계의 협조를 받기도 어렵다.

MTM 촉각 특수제품 담당 교육자 카틴카 그룬디츠(Catinka Grunditz)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지역 도서관이나 기업이 점자 책 제작을 맡으면 시각장애인이 접할 수 있는 점자 도서 종류가 달라지고, 책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지역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며 "스웨덴은 시각장애인의 거주지와 경제적 상황에 관계없이 점자 책에 대한 접근성이 달라지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촉각 특수 제품 담당 교육자 카틴카 그룬디츠
지난달 16일 스웨덴 말뫼 MTM 사무실에서 촉각 특수 제품 담당 교육자 카틴카 그룬디츠(Catinka Grunditz)가 점자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10.16/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스웨덴의 출판사들은 MTM에 적극 협조한다. MTM은 원본 도서의 디지털 파일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기 때문에 점자로 변환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또 그림의 촉각화 작업 등에 참여하는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용 동화 제작뿐만 아니라 대학 교재에 포함된 그래프, 과학 과목에 쓰이는 원소 모양까지 어떻게 글(점자)로 설명할 것인지 의견을 준다.

MTM 점자 콘텐츠 개발 전문가 비에른 웨슬링(Byorn Westling)은 "MTM은 점자 콘텐츠 개발뿐만 아니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점역하기 위한 기술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한다"며 "1개 기관이 점자 이용·점역 기술 발전, 콘텐츠 다양화 등을 고민하다 보니 정부가 점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도 명확하다. MTM만 지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스웨덴 말뫼/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