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과 눈높이 맞추는 동력, 엄마에 대한 고마움"


어머니 세상 떠난뒤 평택서 교육수료
글 가르치지만 배려·삶의 지혜 배워
소중하고 특별한 사제관계 계속되길


"어르신들에게 글을 가르치지만 그 분들에게 배려의 의미,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더 많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맺은 이 소중하고 특별한 사제 관계가 오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을 못 깨우친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읽을 수 있고, 쓸 줄도 알게 해주고 있는 안영분(62) 문해교사는 "엄마와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문해교사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안 교사가 문해교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8년 전, 친정 엄마가 한글을 모르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부터다. 자식 교육을 위해 희생했던 엄마가 정작 자신은 배움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아픈 마음을 추스르고 엄마에게 글을 깨우쳐 주기 위해 준비했지만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물거품이 됐다. 엄마에게 '엄마, 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란 글자를 읽게 해주고 싶었던 그의 기대도 무너져 내렸다.

안 교사는 그러다 평택시에서 친정 엄마 같은 어르신들에게 글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1년간 수료 뒤 문해교사로 나섰지만 처음에는 가르칠 대상이 없어 난감했다.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신 노인정을 찾아가 '한글을 깨우치면 세상이 다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어르신들과 눈높이를 맞춰갔다"며 "그 열정의 동력은 엄마에 대한 고마움, 그리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평택시에서 추진하는 '찾아가는 마을 서당' 교육 프로그램에서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데 호응이 상당하다"며 "어르신들에게 가난을 이겨낸, 자식을 바르게 키운 지혜를 배운다"고 했다.

자신은 한글을, 어르신들은 삶의 지혜를 서로 가르치는 특별한 사제 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그런 안 교사는 최근 광명에서 열린 제1회 전국 평생학습도시 페스티벌에 공모한 사진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안 교사가 공모한 '지나온 길, 흔적'이란 제목의 작품은 '한 할머니의 손, 공책 그리고 연필'을 보여주면서 '배움을 갈망하고 있지만 이룰 수 없어 우울했던 예전의 그 주름진 손이 이제 희망을 쥔다'라는 리얼한 표현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찾아가는 마을 서당 교육 프로그램을 더 많이 늘려 어르신들에게 문해교육은 물론 스마트 폰 사용방법, 학습을 통한 치매 예방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어르신들과의 특별한 사제 관계는 계속된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