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스트뢰메르 공립 '사과 선반'
점자 도서에 실제 질감 그림 흥미
소도시인 말뫼 시립 '사과 가방'
정부 MTM "점자, 국민적 지지"
시각장애인에 책 배송 서비스도
스웨덴은 '85.7%'(2013년 기준)의 독서율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독서가 일상인 국가다. 스웨덴 국민이 즐겨 찾는 도서관에 가보면 아주 특별한 '사과' 그림을 찾아볼 수 있다. 미소 짓는 눈과 입이 그려진 빨간 사과는 눈·귀·손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을 안내한다.
지난달 15일 오후 6시께 찾은 스웨덴 스톡홀름 트란스트뢰메르 공립도서관(Transtromerbiblioteket). 2층 어린이 도서 열람실로 들어서자 '사과 선반'(appelhylla) 앞에서 금발 머리의 아이가 아빠와 함께 책을 고르고 있었다. 이 선반에는 눈과 손끝으로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된 점자 도서가 있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아직 글자를 모르는 아이도 흥미를 느낄 만한 것들이었다.
선반에서 스웨덴의 고전 아동문학인 구닐라 베리스트룀 작가의 'Raska pa, Alfons Aberg'(서둘러요 알폰스·국내 제목 잠깐만요, 이것 좀 하고요)를 꺼내 책을 펼치자, 주인공의 얼굴이 올록볼록하게 표현돼 있었다. 시각장애인 등이 손끝으로 얼굴 표정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든 글은 점자로 쓰여 있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파나 신문 등은 실제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흥미로웠다.
스톡홀름에서 기차로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소도시 말뫼(Malmo)에서도 사과 선반을 만날 수 있다. 지난달 18일 오후 1시께 말뫼시립도서관(Malmostadsbibliotek) 1층 어린이도서열람실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빨간 사과 모양이 보였다. 점자 책과 더불어 '사과 가방'도 눈에 띄었다.
"말뫼도서관의 사과 가방을 빌려 보세요! 이 주머니에는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는 자료가 담겼습니다. 직원에게 물어보세요." 안내 문구 옆 사과 그림이 그려진 남색 가방에는 그림, 점자로 읽을 수 있는 동화책과 점자를 익힐 수 있는 게임, 촉감을 살린 인형 등이 들어 있었다.
공공도서관 사과 선반에 있는 점자 책과 가방은 스웨덴 정부의 점자 콘텐츠 제작기관 MTM(Myndigheten For Tillgangliga Medier)이 만들었다. MTM 소속 점자 콘텐츠 전문가인 비에른 웨슬링(Byorn Westling)은 "스웨덴에서는 점자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있다"고 했다.
스톡홀름 모든 공공 도서관에서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로 긴 예약자 명단이 생길 만큼 스웨덴 국민의 문학 사랑은 남다르다. (10월 21일자 1면 보도=스톡홀름에도, 한강의 기적… 서점가 모든 책 매진 행렬) 웨슬링은 "스웨덴에선 시각장애인 등 신체가 불편한 사람도 문학 도서를 읽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어야 한다고 국민 모두가 동의한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스웨덴 공공도서관에서는 주로 어린이용 도서를 찾을 수 있다. MTM은 점자로 제작된 일반 도서를 원하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 책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TM은 특수한 재료를 사용한 어린이용 책을 도서관에 보급하고, 종이에 점자만 표기된 도서는 점자 크기, 간격, 줄임말 사용 등 시각장애인 개인의 특성에 맞게 제작해 배송해요"
웨슬링은 "10여년 전에는 시각장애인이 모든 점자 책을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인기가 좋은 책들을 보기 위해선 시각장애인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점 등 단점도 있었다"며 "이제는 기다리거나 이동할 필요 없이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거주지에서 점자 책을 빠르게 접할 수 있도록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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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말뫼/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