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오남용 주의보
BMI 30kg/㎡ 이상 환자 보조제
포만감 증가·체중감소 도움 광고
국내 출시 보름만에 품귀 일으켜
판매가도 '80만~100만원' 천차만별
"일론 머스크도 사용한 비만치료제, 저도 처방 가능할까요?"
4일 찾은 수원시 소재 A 병원에는 입구를 비롯한 곳곳에 '위고비'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포만감 증가, 혈당 저하, 체중 감소 도움'.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광고하는 문구다.
A 병원 관계자는 하루 평균 3~4명의 환자들이 위고비 처방과 관련해 상담·문의를 해온다고 귀띔했다.
용인시 소재 B 병원의 경우 위고비 1펜(4주 분량)과 다이어트 수액 4회분을 묶어 판매하는 이벤트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었다.
비급여 제품인 위고비는 공급 가격이 1펜당 37만2천25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내 병원에선 대부분 7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판매처에 따라 80만~100만원으로 가격이 매겨지기도 했다.
위고비는 비급여 제품으로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아 판매 가격이 의료기관마다 다르다.
지난달 15일부터 국내 출시된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사 제품으로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위장 운동 속도를 느리게 하면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낸다.
위고비는 임상시험 결과 68주 투약에서 약 15%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고 해외 유명인사들이 투약했다고 밝히면서 국내 출시에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 출시한 지 보름 정도 지났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방문한 용인시의 한 약국은 위고비가 1~2개만 공급돼 최근 재고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되자, 사람들의 관심이 잇따르면서 오남용 우려도 제기된다.
위고비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30kg/㎡인 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품목 허가를 받았는데 이와 무관한 환자들이 처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병원에서도 BMI와 무관하게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문의의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이사는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의 투약 대상자는 BMI 기준으로 정해져 있다. 공급 초기인 지금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처방을 받고 있다"며 "환자들도 오남용 방지를 위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