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새빛톡톡' 민·관 협치… 더 넓고 정교하게
층간소음 양해게시판·유기동물 주인 찾아주기…
'협치정책축제' 15개 학급 의견들 앱서 높은 호응
'시민제안가' 구상·결정 공들여 3주간 75건 접수
희망아이케어 등 2개 시범사업 과제 선정되기도
위원회·부서 '소통' 토론 등 시민인식 높여 공론화
수원시에서는 초등학생도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시민이 어떠한 정책을 제안해도 넓은 범위에서 수용해 실행까지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지방행정이 수원시에서 이뤄지고 있다. 시민을 최우선하려는 수원시의 정책 방향이다. 또 최대한 시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 정책의 주요 지점마다 시민의 의견을 더하고 있기도 하다.
수원 시민의 참여를 쉽게 만드는 새빛톡톡 활용부터 협치를 주제로 한 축제까지 수원시 민·관 협치의 사례를 살펴본다.
■ '새빛톡톡'으로 배우는 협치
지난 1일 오후 수원시청 중회의실은 어린이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 찼다.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행사장을 둘러보는 100여명의 학생들은 자신의 제안을 직접 발표하기 위해 '2024 수원 협치 정책 축제'에 참여한 수원 지역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순수한 시각으로 톡톡 튀는 의견을 발표했다. '오늘 친구들이 놀러 와서 조금 시끄러울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부착할 수 있는 '양해 게시판'을 만들고 서로 배려해 층간소음 문제를 해소하자는 의견, 동물을 키우고 싶은 사람과 키울 수 없게 된 사람을 연결하는 앱을 만들어 유기 동물의 주인을 찾아주자는 제안, 학교 교내 봉사활동을 인근 노인복지시설과 연계해 학생들이 노인을 돕자는 생각 등 생생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발표된 학생들의 의견은 교실을 넘어 세상과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 수원시가 추진한 '우리도 참여할래요'라는 프로그램이 매개 역할을 했다. 4학년 1학기 사회 교과 중 '지역 문제와 주민 참여'라는 단원과 수원의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을 연계해 공교육 활동이 학교 밖의 살아있는 현장으로 나온 것이다.
수원시는 프로그램 희망 학급을 모집, 총 15개 학급이 참여한 가운데 71건의 제안을 받아 지난 8월 새빛톡톡에 공개했다. 초등학생 제안들은 2주간 총 1천780개의 공감과 1만5천833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새빛톡톡에서 공감과 댓글을 많이 얻은 6개 학급은 우수학급으로 상장을 받고, 협치 정책 축제에서 제안을 직접 발표하며 협치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새빛톡톡을 활용한 시민 협치가 초등학생까지 확대된 셈이다.
■ 정책 디자인으로 시민제안 정책 완성도 향상
시민이 원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협치 시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원시는 시민 제안을 정교하게 다듬는 노력을 더하고 있다. 의견을 정책으로 만들어가는 전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한 '누구나 시민제안가' 프로젝트가 그 역할을 해냈다.
올해 처음 시작한 '누구나 시민제안가'는 제안 주제 선정부터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 제안, 실효성 있는 서비스로 디자인하는 과정, 수원시의 정책으로 반영하기까지를 총망라한다. 모든 과정에 시민참여를 극대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는 도구로 새빛톡톡을 활용했다.
수원시는 제안 주제를 구상하고 결정하는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부서별로 시민 의견이 필요한 주제를 구상하고 의견을 조율한 뒤 총 22건의 주제에 대한 시민 선호도 투표를 실시했다. 1인 가구 지원·복지 사각지대 발굴·고독사 예방을 위한 주민 네트워크 활용 등 6가지를 최종 제안 주제로 정해 새빛톡톡으로 시민 아이디어를 받았다.
3주간 총 75건의 시민 아이디어가 접수된 가운데 기존 사업과 중복되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2건이 시범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대시민 오디션을 방불케 하는 과정을 뚫고 결정된 첫 번째 사업은 '희망아이케어'로 명명됐다. 최초 시민 아이디어는 '저학년 손자녀를 둔 조부모 또는 시니어클럽 어르신과 아이 돌봄 및 어린이 등하교 동행 서비스를 연결'하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중견 소상공인의 경영환경 개선을 돕는 '새빛가게수리'로 구체화됐다. 최초 아이디어는 SNS 활용이 어려운 중년 소상공인들에게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를 두고 제안 시민과 소상공인 전문가, 자영업자 등의 시민과 공무원, 서비스 디자이너 등이 정책화 과정을 진행했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바라보고,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냈다.
시민제안가 프로젝트로 탄생한 최종 제안들은 조만간 수원시의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희망아이케어 중 세이프존 돌봄교실의 경우 수원지역 학교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아침형 돌봄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고자 관계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 시민참여로 빚어낸 민·관 협치 우수사례
수원시의 민·관 협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미 기존 사업 및 정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협치위원회와 관련 부서가 함께 소통하고, 민·관 협치의 가치를 시민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2024 수원 협치 정책 축제'를 열고 시민의 의견으로 시정의 세밀함을 더한 협치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올해 수원시의 협치 우수사례 5개를 보면, 먼저 수원형 통합돌봄서비스 '수원새빛돌봄'은 민·관·학 추진위원회를 운영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토론회와 세미나를 통해 시민 인식을 높이며 공론화를 꾀했다.
특히 수원새빛돌봄 서비스 중 돌봄 공백으로 식사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들에게 식사를 배달하는 '식사배달 서비스'는 새빛톡톡을 통해 접수된 주민 제안으로 시작돼 민·관 협치의 우수사례로 꼽혔다.
또 모바일 앱으로 가정 내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하는 '우리집 탄소모니터링'은 아파트입주자대표협의회와 홍보 협업을 통해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하고 정보보안을 강화하는 앱 고도화 등을 추진해 협치의 성과를 보여줬다.
이와 함께 베테랑 공무원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빛민원실'은 통학로 개선, 경로당 운영, 악취 민원 해결 등 시민의 삶에 밀접한 문제들을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방법으로 하나씩 해소해 협치의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맞춤형 치매돌봄서비스 '바로바로 치매케어'는 수원지역 재가장기요양기관 26개소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해 긴밀한 민·관 협력의 선례를 기록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