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 공부, 지역 인구소멸위기 해결책 될 수 있어"
올해 3년째 의정부서 역사·문화 강좌
공부로 싹튼 애향심 공유하고파 시작
중랑천 숨은 본명 밝혀내며 연구성과
"애향심은 내가 사는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호명 경동대 대외협력실장은 올해로 3년째 의정부문화원에서 의정부의 역사와 문화 관련 강좌를 열고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시민들에게 의정부의 향토사를 알리는 건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한다.
의정부 토박이인 그는 "내가 나고 자란 의정부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진정한 애향심이 싹트게 된 거 같다"며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과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 실장이 하는 향토사 공부는 그의 강좌에 붙은 '걸음마(걸으면서 음미하는 마을 이야기)'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강의실을 벗어나 생생한 역사의 현장 곳곳을 누비며 하는 공부라 수강생들에게 더욱 공감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걸음마를 거쳐 간 수강생만 1천500명에 달하며, 강좌가 열릴 때마다 30~40명의 수강생이 듣는 인기 강좌다. 수강생 중에는 고향이 의정부가 아닌 사람도 제법 많다.
그의 향토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많은 연구 성과로 증명된다. 그중에서도 양주 불곡산에서 발원해 의정부를 거쳐 서울 한강까지 이어지는 중랑천의 숨은 본명을 밝혀낸 건 대표적이다. 그는 수많은 역사문헌과 고지도를 샅샅이 뒤져 분석한 끝에 중랑천의 원래 이름이 '두험천'이란 역사적 사실을 밝혀냈다. 중랑천이란 이름은 20세기 들어서야 쓰인 이름으로 유래가 불분명했다.
반면에 두험천은 1600년대 시가와 여행기 등 여러 사료에 지명이 자주 등장하고, 특히 고지도에선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사실 중랑천은 그저 서울지역 한 포구의 이름에 지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하천명으로 둔갑했다는 게 유 실장의 주장이다.
이같이 시민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성과를 내고 있는 걸음마 강좌가 올해 자칫 사라질 뻔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문화원의 예산 사정으로 지원이 어렵게 되자 유 실장은 자신이 직접 주관하기로 하면서 의정부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숨은 역사를 캐내는 강좌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유 실장은 "인구소멸 위기로 어느 지역이건 걱정이 많은 요즘, 향토사는 인문학으로 풀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향토사 공부는 애향심의 발로로서 지금 우리 현실에 꼭 필요한 공부"라고 강조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