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노인도 면허 없이 살고 싶다
(中) 생계 위해 잡는 운전대
고령 운수업자 비율, 가파른 상승
정부 '적격검사 기준 상향' 하소연
"노후 준비 안돼… 떨어지면 막막"
"정년 재고용해 버텨" 업체도 난감
"이러다가 마을버스 회사 다 망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수도권의 한 마을버스 운전기사 김모(71)씨는 본인의 생계 유지는 물론 자신이 소속된 운수업체마저 운영난을 겪게 될까 걱정이다. 정부가 고령운전자 조기 면허 반납에 속도를 내며 운수업 종사자들의 '운전자격 유지 기준 강화' 정책까지 펴고 있는데, 김씨 소속 업체 운전기사 중 70% 이상이 65세를 넘긴 고령운전자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리회사 운전기사 25명 중 최소 18명이 고령자"라며 "마을버스는 특히 젊은 운전기사 비중이 낮은 직종이라 업계에선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다 반납하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의정부에서 30년째 화물차를 운행하는 이형우(60)씨도 최근 65세 이상 운수 종사자의 운전자격 유지 검사 기준이 강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향후 생계 유지 걱정에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
이씨는 "5년 뒤 운전자격 유지 시험에서 떨어지면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다"며 "개인사업자라 퇴직금도 없는데, 최소한의 복지 정책 없이 자격 기준만 강화하는 건 노후 준비 여유가 없는 운수 종사자를 다 죽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령화로 인해 65세 이상 운수 종사자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마땅한 대책 없이 운전자격 유지 기준만 강화하고 있다는 고령 운수 종사자들과 관련 업계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5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체 운수 종사자 81만여 명 중 21만1천여명(24.8%)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지난 2019년 17.3%에서 5년만에 눈에 띄게 늘어난 수치다. 경기도의 경우도 전체 운수 종사자 21만4천여 명 중 4만3천여명(20.3%)이 고령자다. → 그래프 참조
정부는 잇따르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이유로 고령 운수 종사자의 운전 적격 여부 검사 기준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는 65세부터 69세까지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하며 정지 신호 시 제동하는 시간 등 7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검사가 이뤄진다. 정부는 추가 기준 강화 방안을 오는 12월 내놓을 예정이다.
고령 운수 종사자들은 검사 기준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관련 업계도 걱정이 크다. 택시나 마을버스 등의 경우 65세 이상 종사자 비중이 높아 이들의 공백이 생기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버스운송 업계 관계자는 "기사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라며 "젊은 기사들의 지원율이 계속 떨어져 지금도 정년퇴직하는 직원을 재고용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버스 업계의 의견들을 계속 수렴하고 있으며, 최대한 이 내용까지 반영한 기준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주영·김태강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