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강 목표로 단단하고 끈끈한 축구

공·수에 외국인 선수 1명씩 보강 의지
서울전 무한 책임감 "도전자 정신으로"

유병훈 안양 감독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FC안양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7 /연합뉴스
유병훈 안양 감독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FC안양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7 /연합뉴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좀비처럼 1부에서 살아남겠습니다. 안양팬을 두고 떠난 FC서울은 잡아야지요."

프로축구 K리그2(2부) 우승을 지휘한 유병훈 FC안양 감독이 K리그1 무대에서는 끈질긴 '좀비 축구'로 1부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안양은 올 시즌 '꽃봉오리 축구'로 맹위를 떨쳤다. 꽃망울이 모아졌다 펴지듯, 상대보다 선수들이 빠르게 모아졌다 펴지기를 자유자재로 반복하며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겠다는 것이 유 감독의 축구 철학이었다.

유 감독은 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우승 기념 기자회견에서 다음 시즌 구상을 밝혔다. 그는 "우리 팀은 말 그대로 '도전자' 처지다. 2025시즌에는 보다 '현실적인' 축구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중원으로 거치는 꽃봉오리 축구를 내세웠는데, 내년에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기보다는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좀비처럼 1부리그에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단단하고 끈끈한 축구로 강팀들을 '질식'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유 감독은 수비와 공격에 중량감 있는 외국인 선수를 한 명씩 보강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확실한 계획은 아니지만, 포워드 자리에 외국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1부엔 강한 공격수가 많기 때문에 중앙 수비에서도 용병 같은 선수가 한 명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6강(파이널A) 안에 들고 싶다. 안양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팀이 되게 하는 게 목표다. 이 약속을 지키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유 감독은 20년 전 안양 축구 팬을 버리고 떠난 FC서울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안양은 '내 축구팀'을 잃은 안양 축구팬들의 눈물을 양분으로 2013년 창단한 시민구단이다. 안양 LG치타스가 지난 2004년 안양을 떠나 FC서울로 거듭나면서 안양 축구팬들은 하루아침에 팀을 잃었다.

결국 안양 축구팬들의 노력과 안양시의 도움이 더해져 '시민구단' FC안양이 탄생했다. 안양은 내년 K리그1에서 FC서울과 최소 3번 대결한다. 안양 팬들이 그토록 기다려온, 절대 져선 안 될 매치업이다.

유 감독과 함께 주장 이창용과 김동진도 서울 전의 의미를 되새겼다.

유 감독은 "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인다는 점에서 팬들과 모든 시민의 염원을 이루게 돼 기쁘다"면서 "한편으로는 무한한 책임감이 든다. 도전자 정신으로 임하겠다. 팬들과 시민의 마음을 담아 한 경기 정도는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수비수 김동진은 "우리보다 팬들이 굉장히 기다린다. 이기기 위해 동계 훈련부터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창용은 "김기동 서울 감독님의 기사를 봤는데, 안양에 대해 크게 상관 안 하시는 것 같다"면서 "우리도 (서울에) 큰 비중을 두고 생각하며 준비하지는 않겠다"며 웃었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