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경찰관 음주측정 즉시 안해
차량 블랙박스 칩도 그냥 가져가
"수사과정 석연치 않은 것 많아"

 

남양주 북부서. /경인일보DB
남양주 북부서. /경인일보DB

현직 경찰관이 교통사고를 내고 음주 측정 직전 도주한 사건(11월7일자 7면 보도=추돌후 음주측정 직전 도주, 붙잡고 보니 경찰)에 대해 경찰이 음주정황이 없다고 밝혔지만 해당 경찰관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잇따라 논란이다.

특히 피해자들은 현장에서 3중 추돌사고를 낸 경찰관의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경찰이 즉시 이행하지 않았고, 차량 블랙박스 칩을 동의 없이 가져가는 등 석연치 않은 수사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7일 피해차량 운전자 B씨는 "호평터널 진입 직전 (가해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뒤에서 들이받았고 앞에 있던 체로키 차량까지 3중 추돌이 났다"며 "(A경위가) 사고 직후 '보지 못했다. 다 처리해줄 테니 신고만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사고가 워낙 커 신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술 냄새가 났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음주측정을 해보라고 이야기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즉시 이뤄지지 않았다"며 "견인차와 구급차가 출동하고 구급대원들이 피해자들의 부상 정도를 파악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A경위가)차를 끌고 그대로 도주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체로키 운전자 C씨 역시 "술 냄새가 많이 났고 경찰들에게 술 마신 것 같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사고 직후 20분, 경찰 출동 후 10분가량 함께 있었지만 우왕좌왕하던 사이 사라진 것 같다"며 "이후 출동한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음주 측정을 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물으니 '그건 잘못한 부분'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상확보를 위해 견인된 곳에 찾아가 보니 내부 블랙박스 칩이 사라진 상황이었다. 관계자 측이 경찰관이 가져갔다고 했는데 동의 없이 마음대로 가져가도 되는 것이냐"며 "음주측정을 하지 않은 사실과 도주 차량을 방치한 점, 신분을 확인하고도 12시간 동안 찾지 못한 점 등 수사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남양주북부경찰서 관계자는 "1차 조사에서 A 경위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음주측정 결과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블랙박스 칩 관련 (피해자에게)전화해 주는 게 맞지만 놓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음주측정을 하지 못한 데 대해선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구리경찰서로 넘겨 종합적인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지난 5일 오후 7시10분께 남양주시 호평동 46번 국도 호평터널 앞에서 사고를 내고 음주 측정 직전 도주한 A 경위는 12시간가량이 지난 다음날 자진 출석해 뒤늦게 1차 조사를 받았다.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