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회 의원들, 합성사진 메일 받아

의회홈페이지 게시된 사진 활용된 듯

중국어 쓰여진 내용, 해외서 범행 의심

5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딥페이크 피해예방 및 원탁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24.11.0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5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딥페이크 피해예방 및 원탁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24.11.0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딥페이크(Deep fake·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지방의회 의원들에게까지 확산됐습니다.

인천 서구의회 송승환 의장과 이영철·홍순서 의원은 지난 3일 본인의 얼굴을 합성한 나체의 남성과 여성이 누워 있는 사진이 담긴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상호 계양구의회 부의장과 박민협 연수구의회 의원 등도 같은 날 동일한 메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메일에는 “지금 당신의 범죄 증거를 갖고 있고, 문자를 보면 당장 연락하라”는 협박성 글이 써있었습니다. 5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요구하는 내용과 접속을 유도하는 듯한 QR코드도 있었습니다.

한 의원이 보여준 사진은 누군가를 속일 정도로 정교하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의원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입니다.

앞서 서울, 대전, 부산 등 광역·기초의회 의원들도 이 같은 협박성 메일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주로 30~40대 남성 의원들이 타깃이 됐는데,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피해가 더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 볼 만한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발신자가 의회 홈페이지 등에 있는 의원 개인사진을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소셜미디어(SNS) 활용이 늘면서 누구나 개인 사진 하나쯤은 온라인에 올라와 있기 마련입니다. 최근 이런 공개된 사진을 범죄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졸업앨범이나 SNS 등에서 구한 동문들의 사진을 디지털 성범죄에 활용한 서울대 출신 남성 2명은 지난달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교사나 학생들도 비슷한 피해를 받고 있어 SNS에 올린 사진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졸업앨범에서 사진을 빼는 사례도 생기고 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15일 공개한 ‘딥페이크 여파 졸업앨범 제작 등 실태 파악 교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응답자 중 93.1%(3천294명)가 딥페이크 범죄에 졸업앨범 사진이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에 공개된 사진이 있다면 성별, 직업, 연령대와 상관없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실정입니다.

또 눈여겨볼 만한 것은 의원들에게 발신된 메일에 쓰인 ‘중국어’입니다. 협박 메일에는 수·발신인 표시 등이 중국어로 써있었습니다. 메일에 쓰인 글도 어눌합니다. ‘나 돈만 원해 돈 받은후 모든거 다 너한테 줄게’와 같은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포함됐습니다.

송승환 인천 서구의회 의장에게 온 협박성 메일. 2024.11.7/ 송승환 의장 제공
송승환 인천 서구의회 의장에게 온 협박성 메일. 2024.11.7/ 송승환 의장 제공

의원들은 이를 토대로 해외에 있는 누군가가 범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발신자가 해외에 있다면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딥페이크 범죄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해외에 서버망을 둔 조직에는 대응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되레 범죄가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수사 결과와 정부의 대책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동안 딥페이크 성범죄 공포는 줄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때까지는 공개된 공간에 개인 얼굴 사진을 올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