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교내 요리반에서 ‘빵과의 인연’ 시작
대기업 근무 경험 토대로 스타트업 ‘달롤’ 사업
김포금쌀의 탁월한 식감에 반해 사옥까지 이전
美 ‘글루텐프리 인증기관’ 국내 유일 인증 쾌거
“대기업도 하기 어려운 걸 해내는 기업 되고파”
박기범(37) (주)달롤컴퍼니 대표가 요리에 흥미를 느낀 건 학창시절 우연히 교내 요리반에 들어가면서다. 특별활동 시간에 드물게 모일 뿐인데도 “생각보다 성향이 잘 맞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가야 할 길이 보이자 고민할 게 없었다.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과에 진학했고, 해군 취사병으로도 2년2개월을 복무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웨스틴 조선호텔에 입사해 메뉴개발팀 등에서 7개 레스토랑의 메뉴를 기획하고 호텔 베이커리매장을 오픈하며 6년을 근무했다.
이 시기 박 대표의 목표는 명확해졌다. 박 대표는 빵을 좋아했다. 빵 사업을 하고 싶었던 그는 SPC 마케팅팀으로 옮겨 베이커리 상품을 기획했다. 시장조사를 위해 전국의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뜨 매장을 뛰어다니며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몸담는 동안 SPC 연말 우수상품 톱10에 그의 작품이 두 개나 올랐다.
8년여 직장생활을 마친 그는 지난 2018년 서울 성북구에 밀가루가 함유돼 있지 않은 베이커리 생산업체 ‘달롤’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가 집안이거나 배경은 없었지만, 박 대표의 꿈과 도전이 녹아든 스타트업 달롤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긍정에너지를 발산했다.
“SPC에 근무할 때 밀가루빵을 워낙 많이 먹다 보니 밀가루를 피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글루텐프리 베이커리 분야를 파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으면서 밀가루빵과 유사한 식감·맛을 구현하는 게 지상과제였죠.”
박 대표는 일당백으로 뛰었다. 기술개발과 씨름하는 와중에 배송탑차를 직접 몰며 납품도 했다. 어느 날 품질을 전면에 내세우던 유통기업 컬리에 입점이 성사됐다. 판매량이 급상승하면서 공장이 작아졌다.
“달롤의 핵심 재료가 쌀인데 김포금쌀이 우리 빵과 잘 맞았어요. 김포금쌀을 글루텐프리로 만들었을 때 식감이 가장 우수했던 거죠. 물류와 직원 출퇴근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 김포만한 입지가 없다는 판단으로 이전을 결정했어요.”
달롤컴퍼니는 지난 2022년 김포시 걸포동 약 4천㎡ 부지에 공장건물 2동을 완공하고 뒤이어 올해 1월 베이커리쇼룸 건물을 추가로 조성했다. 창업 당시 2명이었던 직원은 35명으로 늘었고, 공장면적은 10배로 커졌다.
달롤의 글루텐프리 제조시설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미국 GFFP(글루텐프리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았다. 시설에서 밀가루가 단 한 톨도 나오면 안 되는 엄격한 심의를 거쳤다.
첨가물 없이 쌀로 빵을 만드는 기술은 특허 출원됐다. 달롤은 최근 개최된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술대상’에서 기술대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거머쥐며 또 한 번 기술력을 입증했다.
“기존 시장에는 제대로 된 인증을 받거나 시설을 구축한 회사가 없었어요. 빵이 원하는 대로 나오질 않으니 활성글루텐을 조금씩 첨가하거나, 아침에 밀가루빵 만들고 오후에 글루텐프리를 만드는 식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밀가루에 오염되면 그 순간 글루텐프리가 아니에요. 예민한 소비자는 알러지 반응에 쇼크까지 올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가 제대로 해야겠다, 소비가가 믿고 먹을 빵을 만들자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달롤컴퍼니는 현재 컬리뿐 아니라 쿠팡·삼성전자·풀무원·GS25·CU 등 국내 유수의 기업과 거래한다. 버거번이나 피자도우, 또 유명 카페브랜드 등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기업의 성장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다. 청년과 경력중단여성 중심으로 약 30명의 김포시민을 고용하고 김포 쌀 소비 등 지역경제에도 기여한다.
박 대표는 요즘 고려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글로벌사업 등 중장기적인 회사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미국 수출의 물꼬를 튼 그는 “대기업도 하기 어려운 걸 해내는 기업이 되고 싶다. 대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면서, 글루텐프리 전체 시장 확대를 위해 협업할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