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에 당신이 가져갈 기억은… 시대 뛰어넘는 우리들 이야기


1938년 초연, 손턴 와일더 대표작… "이면 깊은 철학"
美 작은 마을 가족들 등장… "기본에 충실하게 연출"
16~24일 경기아트센터… "많은 단원들 만날 기회로"


김광보 경기도극단 예술감독. /경기도극단 제공
김광보 경기도극단 예술감독. /경기도극단 제공

'Carpe Diem(카르페 디엠, 현재를 충실히 살아라)'

1938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미국 현대 연극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손턴 와일더의 '우리읍내'가 관객들을 만난다. 경기도극단은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우리읍내'를 선택했다.

1막 '일상', 2막 '사람과 결혼', 3막 '죽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미국의 작은마을 그로버스 코너스에 사는 의사 깁스 선생과 지방 신문의 편집장 웹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은 태어나서부터 성장하고 결혼하고 다시 죽음을 맞이하는, 어쩌면 동양적 관점의 순환구조를 가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광보 경기도극단 예술감독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삶의 태도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바꿔말하면 잘 죽어야 하는 태도를 다룬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80년이 훌쩍 넘은 작품의 가치는 전 세계 여러 무대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오늘날 현대 연극의 고전으로 불리는 것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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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 경기도극단 예술감독. /경기도극단 제공
 

김 예술감독은 "오랜 시간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라며 "1900년대 초반의 사람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이고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어 좋은 작품이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인 만큼 경기도극단의 여러 단원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 예술감독은 극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작품의 메시지가 자연스레 관객들에게 와 닿을 것이라고 했다. 3막에서 출산 중 세상을 떠난 에밀리는 자신의 삶에서 좋았던 기억의 한 부분을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며 극 속의 무대감독에게 요구한다. 그리고 에밀리는 죽은 후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체험한다는 고통에 대해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된다.

김 예술감독은 "삶의 끝으로 향하는 이러한 장면들이 뭉클함을 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대본 자체가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파고들면 엄청난 철학이 있다.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대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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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 경기도극단 예술감독. /경기도극단 제공
 

그는 "이면에 숨어있는 서브텍스트나 철학적 사고를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오히려 기본에 충실하면 그 의미를 알게 되기 때문에 대본에 나의 의도를 마구 집어넣는 연출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극 '우리읍내'는 오는 16일부터 24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와 함께 경기도극단은 올해 연극교실 아트스테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도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극프로그램으로, 워크숍부터 기초교육과 실습을 거쳐 '우리읍내' 낭독공연까지 경기도극단과 함께한다. 현재 20~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김 예술감독은 "경기도극단과 같은 공공극단은 공공의 기능이 무엇일까, 도민에게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연극교실을 통해 도민들이 연극을 알게 되고, 또 연극을 사랑하는 관람객이 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연극교실의 의미를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프로그램 기간을 늘리고 실제 무대에 공연을 올리는 것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